[예타면제·선거공약 악순환]
2019년 1월 29일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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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24개 사업 예타 면제…"상당수 경제성 부족"
사업비는 수조 원 증가했고, 사업 기간은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있다. 상당수 사업은 여전히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차원에서 도로·철도·공항 등 교통 분야 24개 사업을 무더기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던 일을 두고서다. 이 가운데 상당수 사업은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다.
이런데도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를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추진하는 특별법이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하는 등 예타 면제 사업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 사업은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이었지만 경제성이 부족해 지난 20년간 추진되지 못했다. 이 철도는 2030년 완공이 목표이며 철도를 복선으로 건설하면 8조7110억원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오는 4월 10일 총선에 나서는 후보도 앞다퉈 예타 면제 사업의 조기 완공 등을 약속하며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이고 국비 300억원 이상 들어가는 신규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해야 한다. 이 제도는 국가재정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예산 낭비와 사업 부실화를 막자는 취지로 1999년 도입됐다. 하지만 예타 면제를 남발하면서 부실 검증 논란에 휩싸이는 사업도 많다. 또 정권에 따라 선심을 베풀듯 예타 면제를 악용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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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4년 만에 3조 이상 증가
7일 정동만(부산 기장군)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부에서 받은 ‘국토균형발전 프로젝트 사업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2019년 예타가 면제된 24개 교통 분야 사업 중 22개 사업비가 176억~4539억원씩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예타 면제 당시 총 19조8371억원이던 사업비는 4년 만에 3조2398억원이 증가, 23조769억원이 됐다. 연간 예타 면제 사업 규모로는 2019년 당시가 사상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국토부가 집계한 사업비를 보면 충북선 철도 고속화(직선화) 사업이 4539억원으로 증가액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대구산업선 철도 건설사업(4439억원), 남양주~춘천 구간 제2경춘국도 건설사업(4239억원)순이었다. 김천~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는 2876억원이 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사진 국토교통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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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내륙철도 노선도. 사진 국토교통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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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개 중 절반 착공…나머지 사업비 미정"
예타 면제 사업은 사업 적정성 검토 후 기본·실시 설계에 들어간다. 여기서 사업비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다시 적정성 재검토를 받는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착공한다. 24개 사업 중 신안 압해~화원 국도 건설사업 등 12개 사업은 기본·실시 설계를 마친 뒤 착공했고, 남부내륙철도 등 6개 사업은 재검토, 제2경춘국도(남양주~춘천) 건설사업 등 나머지 6개는 기본·실시 설계 중이다. 사실상 착공에 들어간 12개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12개 사업은 아직 사업비가 확정되지 않아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중앙일보 취재 결과 국토교통부 등은 남부내륙철도 사업비가 예타 면제 당시 4조6562억원에서 2조2102억원 증가한 6조8664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정부는 적정성 재검토에 들어갔다. 기재부가 마련한 ‘총사업비 관리 지침’을 보면 1000억원 이상 사업은 당초 사업비보다 15% 이상 초과하면 사업 계획 적정성을 재검토할 수 있다. 그렇다고 사업 자체를 무효로 하는 것은 아니다. 세종~청주 고속도로,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 울산 외곽순환 고속도로, 농소~강동간 도로, 대전도시철도 2호선 건설사업 등도 사업비가 많이 증가해 적정성 재검토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당시 예타 면제를 받은 24개 사업 중 19개 사업은 당초 예상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까지 사업 기간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타 면제 후 기본·실시 설계 과정에 과소 책정된 부분이 현실화하면서 예상 사업비가 크게 늘었고, 사업 계획 적정성 재검토 과정 등을 거치면서 사업 기간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표적인 사업은 대전 도시철도 2호선(트램)이다. 2019년 예타 면제 당시 6639억원이던 트램 사업비는 기본계획 변경과 급전 방식이 바뀌면서 사업비가 최종 1조4782억원으로 결정됐다.
2022년 12월 이장우 대전시장이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대전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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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신공항 건설비 7조→14조 예상
당초 7조원으로 추산됐던 가덕신공항 건설비도 14조원(기재부 사업 적정성 재검토)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2029년 조기 개항을 목표로 올해 말 착공 예정이다.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는 사업도 있다. 충북선 철도 고속화(직선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충북선 열차 청주공항역~제천 봉양역 구간을 약 2조원을 들여 고속화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중앙일보가 충북선을 직접 타보니 역마다 이용객은 5~30명 수준이었다.
청주 외곽에 있는 충북선 청주공항역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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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산재병원 조감도. 사진 울산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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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면제 시 엄격한 잣대 필요"
이런 가운데 예타 면제 규모와 사유도 정권에 따라 달랐다. 김봉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이 2022년에 발표한 논문 ‘정책이념이 예타면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간 예타 면제 금액은 105조원에 달한다. 이명박 정부(2008~2012년) 61조원과 박근혜 정부(2013~2016년) 23조원 등을 합한 것보다 21조원이 많다.
예타 면제 사유도 정권마다 제각각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90%가 재난 예방이나 출연·보조기관 인건비 관련된 사업이었다. 이명박 정권은 주로 4대강 사업 관련 예타를 면제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예타 면제 사업의 70%(약 77조원)가 지역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목표로 했다.
김 교수는 “예비타당성 조사는 대규모 공공투자 사업이 남발되는 것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예타 면제 시 엄격한 잣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대전·울산·전주·청주·대구·무안·창원=위성욱·김민주·신진호·김윤호·김준희·최종권·김정석·황희규·안대훈 기자 we.su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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