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은 나이 들수록 자연스럽게 기능이 떨어진다. 요즘 중장년층에서 흔한 전립샘비대증·방광염·과민성 방광과 같은 질환을 앓으면 소변이 새거나 안 나오는 배뇨장애가 발생하기 쉽다. 건강한 배뇨 기능을 유지하느냐 못 하느냐는 노년기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방광 기능은 한번 나빠지면 다시 호전되기 어려우므로 30~40대부터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몇 가지 주요 키워드를 기억하고 실천해 방광을 건강하게 관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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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 - 물 1L 조금씩 나눠 마시기
소변은 온몸을 돌고 온 혈액이 양쪽 신장(콩팥)에서 걸러져 생겨난 부산물이다. 성인의 경우 하루 약 1.5~2L 생성된다. 신장에서 만들어진 소변은 길이 25~30㎝ 되는 요관을 거쳐 방광으로 이동한다. 방광에 소변이 어느 정도 차면 대뇌로부터 배뇨 신호를 전달받아 방광의 출구가 열리고 배출이 시작된다. 배뇨장애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방광은 골반 안에 위치한 장기다. 점막과 점막하층, 근육층, 지방층으로 이뤄진 근육 주머니로 신축성이 매우 좋아 소변이 차면 풍선처럼 늘어났다가 배출되면 작게 오므라든다.
건강한 방광 관리의 제1 요소는 적절한 수분 섭취다. 부족해도, 과해도 문제다. 나이가 들면 갈증을 느끼는 뇌 부위의 감수성이 떨어져 몸에 수분이 부족해도 목이 잘 마르지 않는다. 물을 적게 마셔 방광의 크기와 기능이 더욱 감소한다. 반대로 커피를 수시로 마시거나 수분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빈뇨를 유발한다. 나이가 들어 활동량이 줄면 몸이 필요로 하는 수분량 역시 감소한다. 따라서 하루 세끼 식사를 잘하는 중년이라면 식사만으로 1L 이상의 수분을 섭취하게 되므로 물은 하루 1L 정도 마시면 충분하다. 이때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마시기보다 조금씩 나눠 마시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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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 - 전립샘비대증·방광염 치료하기
방광 기능을 떨어뜨리는 원인 질환의 하나가 전립샘비대증이다. 전립샘은 정자에 영양을 공급하고 운동을 돕는 생식기관으로 방광 아래쪽 깊숙한 곳에 요도를 감싸고 있다. 중년 이후 크기가 점점 커져 요도를 압박하면서 배뇨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심각하게 나빠진 방광 기능은 전립샘비대증을 수술한 후에도 개선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따라서 부끄럽단 이유로 진료를 미루기보다 빈뇨, 야간뇨, 잔뇨감, 급박뇨 등의 증상이 있다면 빨리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로 방광 기능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여성의 경우 방광염을 주의해야 한다. 세균이 요도를 통해 방광 내에 침입해 생기는 질환이다. 여성은 요도가 짧고, 요도와 항문의 거리가 가까워 세균이 침입하기 쉽다. 방광염에 걸리면 소변을 참을 수 없고 자주 마려우며 소변 시 통증을 동반한다. 심하면 허리나 하복부에 통증이 발생하고 혈뇨·농뇨가 보이기도 한다. 주로 증상과 소변 검사를 기초로 진단한다. 의심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원인균을 찾고 적절한 항생제를 써서 치료한다.
나이 든 방광은 탄력을 잃고 딱딱해져 용적이 줄고 신경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남녀를 불문하고 약한 자극에도 수축이 일어나는 과민성 방광으로 고생할 수 있다. 소변을 못 참는 절박성이 가장 중요한 증상이며 보통 빈뇨·야간뇨를 동반한다. 과민성 방광 환자는 증상 탓에 사회 활동에서 고립되기 쉬워 우울증 발생 빈도가 높다. 특히 화장실을 급히 가다 낙상할 위험이 있어 골절 가능성을 높이므로 꼭 치료를 받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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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 - 배뇨 일기 쓰고 방광 훈련하기
평소 배뇨 활동에 불편감을 느낀 사람이라면 일지 쓰기를 권한다. 일기를 쓰듯 스스로 소변 본 시간, 1회 소변량, 1회 배뇨 시까지 수분 섭취량, 배뇨와 관련한 불편감을 기록하는 작업이다. 이를 꾸준히 기록하면 본인이 언제 소변을 보는지, 한 번에 얼마만큼 소변을 보는지, 어떨 때 새는지, 섭취량과 배설량의 균형이 좋은지를 알 수 있다. 평소보다 화장실 가는 횟수가 늘거나 밤에 소변이 마려워 2회 이상 잠에서 깨는 등 증상이 악화하면 주저하지 말고 일지를 지참해 전문의 진료를 받도록 한다.
특히 소변이 마려울 때 참기 어렵거나 소변을 보면 소량만 나오는 경우, 배뇨장애가 있는 사람은 배뇨 일지를 기반으로 방광 훈련을 하면 정상적인 배뇨 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된다. 소변 보는 간격을 점차 늘리도록 연습함으로써 방광에 채울 수 있는 소변량을 늘려가는 훈련이다. 일부는 소변을 오래 참으면 병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소변이 조금만 마려워도 화장실에 바로 가는데 이는 방광 크기가 점점 줄어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느 정도 많이 마려울 때까지 소변을 참았다가 한 번에 250~300㏄ 정도 양을 하루 8회가 넘지 않게 누는 것이 좋다.
방광 훈련을 할 땐 커피나 홍차, 코코아, 탄산음료, 술과 같은 방광을 자극하는 음료는 마시지 않는다. 잠자리에 들기 전 소변 보는 것을 제외하곤 마렵다고 즉시 소변을 보지 않는다. 약을 먹고 있다면 주치의와 먼저 상의한 후 훈련한다. 소변 보는 간격이 전보다 길어지고 소변량이 많아지며 소변 횟수가 줄었다면 방광 훈련이 잘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피로감이 있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신경 쓸 일이 많을 때, 생리 기간, 날씨가 춥고 습하며 바람이 많이 불 땐 일시적으로 방광이 잘 조절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요소가 없어지면 증상이 다시 좋아지므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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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 골반저·복부 근육 강화하기
방광 기능을 원활하게 유지하려면 방광과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필히 해야 한다. 케겔 운동(골반저근육 운동)이 대표적이다. 골반저근육을 튼튼히 해두면 아래로 처진 방광과 요도가 제자리로 회복하고 질 안쪽 근육의 수축력이 강해져 배뇨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 소변을 보다가 중간에 멈출 때 사용하는 근육이 골반저근육이다. 방귀를 참는다고 생각하면서 방귀가 나오지 않도록 항문을 위쪽으로 당겨 올리는 느낌으로 조이면 골반저근육을 수축할 수 있다. 이때 1에서 5까지 천천히 세고 나서 내려놓는다는 느낌으로 힘을 뺀다.
초기엔 눕거나 앉은 채 다리·발을 어깨 넓이로 벌린 자세에서 하고 운동할 때 숨을 참지 않아야 한다. 또 운동 중 엉덩이나 아랫배에 손을 대고 힘이 들어가 있지 않은지 확인한다. 익숙해지면 일정한 자세에 연연해하지 말고 생활 속에서 수시로 시도한다. 케겔 운동을 시작한 사람은 하루라도 빠지지 않고 하는 것을 목표로 삼도록 한다. 바쁘거나 좀 나아졌다고 그만두면 좋아진 근육이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거나 버스·전철 안에서, 욕조 안에서, 양치할 때 등 하루 40회 이상, 3~6개월 넘게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들인다.
이와 함께 복부와 전신 근력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평소 걷기나 하체 운동을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하면 몸의 근력과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어서 원활한 배뇨 활동을 하는 데 도움된다.
도움말=김준모 순천향대 부천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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