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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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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金)사과, 고유가에 물가 다시 3%대…금리 인하 ‘피벗’에 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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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3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 과일 판매대에 '사과 3개 1만원' 팻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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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에 1만원 수준까지 치솟아 ‘금(金) 사과’로 불릴 정도인 과일값, 서울에서 L당 1700원대를 넘긴 휘발윳값이 결국 지난달 물가상승률을 다시 3%대로 끌어올렸다.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2%대)에서 멀어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피벗(통화정책 전환)’ 전망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2020년=100)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3.1% 올랐다. ‘3’이란 숫자가 두드러진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 3%대를 맴돌다 6개월 만인 올해 1월(2.8%) 2%대로 내려왔다. 한풀 꺾이나 싶었는데 지난달 반등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이날 주재한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물가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2%대 물가로 조속히 안착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최근 과일값이 고공행진하고, 국제유가까지 불안한 영향이 컸다. 농산물 물가가 20.9% 올라 전체 물가를 0.80%포인트 끌어올렸다. 특히 ‘금 사과’가 대표하는 신선 과실이 41.2% 폭등했다. 1991년 9월(43.9%) 이후 32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사과(71.0%)·배(61.1%)는 물론이고 대체재로 뜬 귤도 78.1% 올랐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과일 작황이 부진한 데다 지난해 설 명절이 1월에 끝난 기저효과(base effect)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연말 물가를 끌어내린 일등 공신으로 꼽힌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5% 떨어졌다. 다만 1월(-5.0%)보다 하락 폭이 줄었다. 1월에는 석유류가 전체 물가를 0.21%포인트 끌어내렸지만, 2월에는 0.06%포인트 깎는 데 그쳤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627.5원, 서울은 L당 1709원을 기록했다. 서울 휘발윳값이 L당 1700원을 돌파한 건 지난해 12월 초 이후 두달여 만이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는 2.5% 올라 전달과 같았다. 근원물가는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 추세를 파악하는 데 쓴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해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는 3.7% 올랐다. 지난해 10월(4.5%)→11월(3.9%)→12월(3.7%)→2024년 1월(3.4%)까지 꾸준히 둔화하다 넉 달 만에 반전했다.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부터 ‘비상대책반’을 꾸려 매일 대책회의를 열고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물가를 점검하기로 했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4월까지 204억원을 투입해 사과·대파 등 13개 품목의 납품단가 인하를 지원하겠다”며 “할인지원 예산도 대폭 늘려 가격이 전·평년 대비 30% 이상 오른 모든 품목에 대해 최대 40% 할인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6%다. 농·축·수산물 가격과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올해 초반까지 3% 수준을 유지하다 하반기 들어 2%대 초반으로 떨어진다고 전망했다. 얼마나 빨리 2%대로 진입할 수 있는지가 올해 물가 대책의 핵심인 셈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주재한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유가가 급등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물가 상승률은 낮은 내수 압력 등 영향에 따라 추세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농산물 등 생활 물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물가둔화) 흐름이 매끄럽기보다 울퉁불퉁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경제학계는 현재 상황을 2%대 물가 목표치를 달성하기까지 남은 마지막 구간, 일명 ‘라스트 마일(last mile)’로 본다. 한은은 지난달 펴낸 ‘최근 한국·미국·유로 지역의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흐름 평가’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해 “주요국과 달리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해 물가 둔화 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다. 물가 둔화 요인을 빠르게 해소하지 않으면 금리 인하 결정 시점이 시장의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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