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값 내려도 밀가루·식용유 가격 상승
정부, 간담회 열어 가격 반영 방안 논의
이달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식료품 매장에 밀가루 등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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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곡물가격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지만 국내 식료품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급등한 국제곡물 값을 명분 삼아 관련 식료품 가격을 급하게 올리던 때와 정반대다. 기업의 과도한 이익 추구 탓에 물가 불안이 커진다(그리드플레이션)는 우려에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6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가격지수를 보면, 1월 해당 지수는 118.0포인트로 지난해 12월보다 1.0% 하락했다. 잠깐 반등한 지난해 7월을 빼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이자, 역대 최고를 기록한 2022년 3월(159.7) 이후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월 지수만 해도 정점보다 약 26% 낮다. 식량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값을 100으로 놓고,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가격을 합산해 산출한다.
향후 가격을 나타내는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도 하락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1분기 해당 지수가 전분기보다 4.5%, 1년 전보다 22% 하락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밀가루‧콩 등 수입 곡물을 원재료로 하는 식료품 값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조사한 내용을 보면 밀가루 원재료인 소맥분 값은 2022년 1㎏에 약 575원에서 지난해 499원으로 떨어졌으나, 밀가루 판매가격은 같은 기간 상승(1,957원→2,111원)했다. 지난해 대두유 가격도 전년보다 하락했지만 이를 갖고 만든 식용유 값은 되레 올랐다. 협의회는 “원재료 값이 하락한 만큼 기업들은 짧은 기간에 유례없이 올린 식품 가격을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릴 땐 빨리 올리고, 낮춰야 할 땐 늦게 내리는 가격정책으로 기업은 큰 이익을 얻고 있다. 지난해 풀무원의 영업이익(619억 원)은 전년보다 135.4% 급증했다. 농심(89.1%)과 오뚜기(37.3%) 등 다른 식품업체의 영업이익도 일제히 늘었다. 그 결과 식료품 물가도 고공 행진 중이다. 지난달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1년 전보다 6.9% 뛰었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1%)의 두 배를 웃돈다.
물가 안정을 목표로 내건 정부는 국제곡물 가격 하락분이 식품가격에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하락 시에는 제때, 하락한 만큼 내려야 합리적인 경영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식품기업과 간담회를 열어 국제곡물 가격 하락분을 반영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옥수수‧대두·설탕 등 주요 원재료에 대한 관세 인하 등을 통해 업계 부담 완화에도 나선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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