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정부 “국방-방산 협력 강화 고려”
“피의자를 대사 임명 부적절” 지적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2023.9.13.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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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초대 국방 수장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 대사로 4일 임명됐다. 국방부 장관 퇴임 5개월 만에 주요국 대사로 발탁된 것.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인 이 전 장관이 주요국 대사로 발탁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이 신임 대사가 국방·방산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확대 중인 호주와 양자 관계를 총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발생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채 상병 순직 사고와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용서류무효 등 혐의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보고서를 승인하고도 이를 번복한 뒤 사건이 경찰에 이첩되는 것을 보류하라며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장관이 지난해 10월 교체된 데는 채 상병 순직 사고 관련 대응 미숙 등으로 지휘권에 흠집이 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논란으로 물러난 지 5개월 만에 이 전 장관을 대사로 임명한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차질 등 우려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팀이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호주가 방산 수출 등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이 전 장관이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육사 40기인 이 전 장관은 합동참모차장을 거쳐 중장으로 예편한 뒤 윤석열 대통령 대선후보 시절 선거 캠프에서 국방 분야 정책 공약 등 실무를 총괄했다. 국방부 장관이 대사로 임명된 전례는 노무현 정부 때 국방부 장관을 지낸 뒤 주중 대사를 한 김장수 전 장관이 유일하다.
이날 주나이지리아 대사로는 김판규 전 해군참모차장이 임명됐다. 김 전 차장은 해군사관학교 37기 출신으로 해군잠수함전단장, 해군1함대사령관, 해군참모차장 등을 지낸 뒤 중장으로 예편했다.
이 전 장관과 김 전 차장 모두 직업 외교관이 아니어서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하는 특임공관장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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