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 후보 이명순, 윤석열·한동훈과 친목모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8차 회의에서 판사 출신인 오동운(왼쪽) 법무법인 금성 파트너변호사와 검사 출신인 이명순 이명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를 2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오랜 진통 끝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장 후보로 2명이 최종 추천됐지만 후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후보자인 오동운 변호사는 미성년자 성범죄자 변호 때 거짓 진술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점이 드러났고, 나머지 한명인 이명순 변호사도 검사 시절 맡은 여러 수사가 부실수사 등 의혹을 산 전력이 있다.

이 변호사의 문제 사건들은 대부분 그가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장을 지내던 2010년께 불거졌다. 2012년 6월 대법원이 무죄 확정한 이른바 ‘경찰 성추행 허위제보’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변호사는 2010년 12월 기륭전자 노조 조합원 ㄱ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ㄱ씨가 경찰서에서 용변보던 중 경찰이 화장실 문을 강제로 열어 몸 전체를 봤다는 허위 사실을 언론에 밝혀 경찰관의 명예훼손했다’는 게 이유였다. 법원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일관되게 ㄱ씨의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경찰서 내 폐회로텔레비전에 담긴 내용과도 배치되는 경찰관의 주장을 받아들인 기소라, 무죄 선고 뒤 ‘감찰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올 정도로 비판여론이 거셌다.

주재용 전 교수공제회 회장 사건은 같은 검찰에 의해 처분이 정반대로 뒤집힌 경우다. 이 변호사는 2010년 교수공제회를 통해 무등록 대부업을 한 혐의(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로 주 전 회장을 수사했으나 기소유예 처분했다. 죄는 인정되지만 처벌 가치가 낮다며 재판에 넘기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2년 뒤 수원지검 특수부는 같은 혐의로 주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 직후 교수공제회는 파산했고 교수 4천여명이 13억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 애당초 2010년에 기소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거라는 비판이 나왔다. 주 전 회장은 2014년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입찰비리 의혹으로 고발된 음아무개 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 사건도 각하 처분했지만 결론이 뒤집혔다. 감사원이 같은 혐의로 음 전 사장을 수사 의뢰했고,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재수사에 나서 2년 뒤 음 전 사장을 기소했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로 수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변호사와 함께 검찰에서 근무했던 한 변호사는 한겨레에 “합리적인 성향이긴 하지만, 큰 수사 경험이 많지는 않아서 공수처 수사를 잘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주 전 회장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추후 다른 사실이 밝혀져 다른 청에서 다른 결정이 이뤄지게 된 것”이라며 “첫 처분 때는 관련 기록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음 전 사장 각하 처분에는 “특수부에서 처리한 사안이 각하 사건과 똑같은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기륭전자 사건에 대해 “오래전 일이라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1996년 임관한 이 변호사는 2003년 사법연수원 한 기수 후배인 윤석열 당시 광주지검 검사가 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파견돼 ‘대선자금 수사’를 맡았다. 당시 수사팀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원석 검찰총장도 있었다. 이들은 ‘우검회’(우직한 검사들의 모임)라는 이름의 친목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한겨레에 “윤 대통령과는 2003년 대검 중수부 때의 인연이 전부이고 검찰총장이 된 이후에는 연락한 적이 없다. 같은 학교를 나왔지만, 학번 차이가 크게 나서 같이 학교에 다닌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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