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입되는 집게 부분 다관절 구조
여러 각도에서 접근 정확도 높아
작동 반응 직접 느껴 안전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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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강경 수술은 최소침습 수술의 근간이다. 복부에 0.5~1.2㎝ 크기의 절개창을 내 그 구멍으로 내시경 카메라와 각종 수술기구를 넣고 이들을 움직여 진행하는 수술법이다. 개복 수술과 비교해 수술 후 통증·합병증 발생이 덜하고 조기 회복을 유도해 빠른 일상 복귀를 돕는다. 그 덕분에 1980년대 첫 수술이 시행된 이래, 전 세계적으로 많은 영역에서 활발하게 쓰인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의사는 움직임이 제한된 기구를 사용해 복강경 수술에 나선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 수술 로봇이 개발되면서 상하·좌우 관절 구조를 활용한 좀 더 자유롭고 직관적인 수술이 가능해졌다. 다만 환자의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고 수술받을 수 있는 시설이 한정적이란 점이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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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관절 집게 360도 자유롭게 움직여
이런 한계점을 가진 복강경 수술 시장에 최근 새로운 돌파구가 열렸다. 국내 기업인 리브스메드가 개발한 차세대 외과 수술기구 ‘아티센셜(ArtiSential)’이다. 기존의 복강경 수술기구는 기구 끝이 젓가락처럼 구부러지지 않는 일자형 구조로 사용자의 움직임에 제약이 생겨 특정 각도에서 수술 부위로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반면에 아티센셜은 수동형 복강경 기구에 관절 구조를 장착한 세계 유일의 의료기기다. 현재 이른바 빅(Big)6로 불리는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분당서울대병원을 포함한 국내 216개 병원에서 사용 중이며, 미국·일본·호주·싱가포르·독일·이탈리아·영국 등 54개국에 수출 중이다.
아티센셜은 수술을 위해 인체 내부로 삽입되는 집게(End-Tool) 부분이 다관절 구조로 돼 있다. 집도의가 해당 관절 구조를 직관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 핸드헬드형이다. 의사가 손을 기구 조종부에 거치한 후 움직이면 기구의 관절이 집도의의 관절인 것처럼 느끼면서 수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직의 절개, 봉합, 박리, 결찰, 지혈 등 최소침습 수술에서 요구하는 모든 수술 행위를 실행할 수 있으며 기구의 본체 역시 수술 목적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가장 큰 경쟁력은 역시나 집게부의 이중 관절 구조로 360도 자유로운 동작이 가능하단 점이다. 집도의가 손, 손목, 손가락을 움직이는 방향과 동일하게 집게부가 동작함에 따라 다양한 각도에서 수술 부위로 접근이 가능하다. 관절 범위가 90도로 제한이 없어 수술기구에 대한 높은 제어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잠금 기능 있는 제품의 경우 레버를 이용해 상하·좌우 움직이는 관절 기능을 잠그거나 해제할 수 있다. 잠금 레버를 밖으로 밀어내면 해당 각도에서 관절 기능은 비활성화하고 집게부의 개폐 동작만 활성화해 정확도를 끌어올린다.
이런 특성은 수술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종양을 정밀하게 제거하고 출혈을 줄이며 수술 시간을 단축하는 데 효과적이다. 수술 절개 범위와 상처를 최소화하므로 미용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빨라 환자 삶의 질 향상에 도움된다. 2021년 국제학술지 ‘JMAS(Journal of Minimal Access Surgery)’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복강경 우반결장절제술에서 아티센셜 사용군 33명, 기존 복강경 기구 사용군 43명을 비교한 결과, 아티센셜 사용군이 기존 복강경 기구 사용군보다 수술 후 입원 기간(3일, 4.1일)이 짧고 절제된 림프절 수(32.6개, 24.6개)가 더 많았다.
아티센셜은 8㎜ 굵기로 출시됐지만 최근 5㎜ 굵기의 라인업을 추가로 선보여 또 한 번 기술의 진보를 이뤘다. 그동안 의료기기 분야에서 5㎜ 다관절·다자유도 기구는 개발이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겼다. 그러나 리브스메드는 8㎜ 기구 개발 과정에서 쌓은 핵심 기술을 활용해 지난해 9월 전 세계 최초로 5㎜ 다관절·다자유도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수술 로봇에도 5㎜ 라인업이 있긴 하지만 집게 부분이 뱀처럼 휘는 형태다. 다관절 형태보다 개발 기술 난도가 낮은 편에 속한다. 또 집게가 움직이는 회전 반경이 상대적으로 커서 해부학적으로 좁은 공간에서 사용하기가 까다롭다.
5㎜는 외과 수술을 위한 가장 최소한의 절개부 크기로 통한다. 절개 부위의 크기가 작을수록 환자의 통증과 감염, 탈장 등 합병증의 위험성이 낮아지며 미용 면에서도 수술 흉터를 최소화함으로써 수술 후 만족도를 높이는 결과를 얻는다. 직장암 환자 중 저위전방절제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아티센셜군(73명)과 로봇 수술군(73명)을 나눠 비교해 분석했더니 아티센셜을 사용해 수술받은 환자는 로봇 수술을 받은 환자보다 수술 시간(163.5분, 250.1분)은 짧았고 인공항문 조성률(4%, 26%)은 낮았으며 추정 출혈량(95.4mL, 151.8mL)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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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5㎜ 다관절 제품도 개발
수술 로봇은 조종 로봇과 동작 로봇이 분리돼 있어 의사가 조직에 대한 반력을 느낄 수 없다. 뭔가를 자르거나 닿았을 때 의사 손에 전해지는 감각이 없다. 하지만 아티센셜을 활용한 수술은 집도의가 환자 바로 옆에 서서 기구를 직접 손에 들고 집어넣으면서 화면으로 몸속을 보는 방식이다. 자르고 부딪히며 봉합할 때의 반력이 의사에게 전달된다. 좀 더 정밀하고 안전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데다 혹시 모를 응급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는 데 유리하다.
아티센셜은 위·장·폐·간·췌장·전립샘·자궁 등에 발생한 주요 질환의 외과 수술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어려운 영역으로의 접근이 수월하다. 의사가 수술 과정을 감지할 수 있어 절제·봉합이 더 쉽고 시간은 상대적으로 적게 소요된다. 최소침습적 절차로 출혈이 적고 수술 중 혹은 수술 후 합병증 발생을 줄인다. 수술 로봇의 성능을 합리적인 비용의 핸드헬드형으로 구현함으로써 누구나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결국 치료 형평성과 환자 안정성 확보, 수술 기술의 향상을 통해 기존의 일자형 수술기구나 수술 로봇 대비 환자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 한눈에 보는 외과 수술기구 아티센셜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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