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원 기자 |
3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부채보고서(Global Debt Report)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1%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34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홍콩(93.3%)과 태국(91.6%), 영국(72.8%), 미국(72.8%)이 뒤를 이었다.
매 분기 발표되는 해당 집계에서 한국은 지난 2020년 3분기 처음으로 100%를 넘어섰고, 2021년에는 105%선까지 치솟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저금리 상황에서 크게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견인했다. 한국은행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으면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경제성장률도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들어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 흐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IIF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GDP 대비 비율이 1년 사이 4.4%포인트 줄어들면서 영국(4.6%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감소 폭을 나타냈다. 고금리 장기화에 부동산 경기 부진이 이어지자 대출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GDP 증가율이 한은 전망(2.1%)에 부합하고,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이 목표(1.5~2%)대로 관리될 경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질 거란 계산도 가능하다.
이런 둔화 흐름의 향후 변수로는 ‘기준금리 인하’가 꼽힌다. 인하 시기‧인하 폭에 따라 주택 수요가 살아나면 가계부채 증가세를 다시 자극할 수 있어서다. 강민석 KB경영연구소 박사는 “상당 기간 최저 금리가 지속한 상황에서 최근의 고금리가 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어 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인하 폭에 따라 주택 수요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 1월 은행 주담대는 전월 대비 4조9000억원 늘어나 역대 1월 증감액 중 두 번째로 큰 수준을 나타냈는데, 이는 지난해 연말 들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해 시장금리가 먼저 하락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다만 KB경영연구소는 “금리 인하가 시작된다 하더라도 수요자 기대와 달리 과거와 같은 초저금리 국면에 접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지속하면서 주담대 증가세가 다소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 강화,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 도입 등 대책을 내놓으며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나서겠단 계획이다. 금융당국 압박에 따라 일부 시중은행도 최근 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한 상태다.
가계부채와 달리 지난해 기업부채는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IIF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비금융기업 부채 비율은 125.2%로 집계됐다. 홍콩(258.0%)‧중국(166.5%)‧싱가포르(130.6%)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전년 대비 상승 폭(4.2%포인트)도 다섯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회사채 시장 여건이 악화하면서 회사채 발행 대신 은행 대출을 선택하는 기업이 많아진 영향 등이다. 한국의 정부 부문 부채의 GDP 대비 비율(45.1%)은 22위로 집계됐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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