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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두달째 오른 유가, 80달러대까지…끈적한 물가 더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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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의 한 주유소 주유기에서 기름 한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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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연초 이후 두 달째 오름세를 보이면서 배럴당 80달러대에 안착하는 양상이다. 중동 등 지정학적 불안이 '뉴노멀'이 되면서 유가가 최대 물가 리스크로 자리 잡은 셈이다. 유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주춤한 한국·미국 등의 '끈적한 물가' 고민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마지막날인 29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나란히 보합세를 나타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83.62달러로 전일 대비 6센트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유(WTI) 선물 가격은 28센트 내려간 78.26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 현물가(싱가포르 거래분)도 6센트 내려간 81.78달러를 찍었다.

이에 따라 2월 브렌트유·WTI·두바이유의 월간 가격은 1월보다 각각 3.2%, 3.7%, 2.6%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1월 월간 가격이 전월 대비 2.4%, 2.4%, 2%씩 올랐는데 상승 폭이 더 커졌다. 지난해 12월 바닥을 찍은 뒤 올해 들어 뚜렷한 '우상향' 흐름을 나타내는 것이다.

중동 중심으로 정세 불안이 이어지고,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이 유지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공급 문제가 유가를 밀어 올리는 셈이다.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제 지표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가 늦춰질 거란 시장의 우려도 유가 상승세를 막지 못했다. 29일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주민에 발포해 최소 100여명이 숨지는 등 새로운 변수가 불거졌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올해 국제유가의 3대 변수는 지정학적 분쟁, OPEC+ 감산 기조, 중국 성장세 둔화다. 특히 중동 등의 지정학 리스크는 사실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기 때문에 유가가 현 수준 아래로 내려가기 어렵다"면서 "상반기 중에 90달러 선을 넘어설 수 있다. 하반기엔 그보다 더 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정근영 디자이너



유가가 떨어지지 않으면서 주요국 물가도 안정 수준으로 꼽히는 '2%'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연말까지 3%대를 이어가다 1월 들어 2.8%로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달은 농산물·기름값 영향으로 다시 반등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초 L당 1500원·1400원대였던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판매가는 각각 1600원·1500원대로 올라섰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29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2월 물가 상승률은 1월보다 상승 폭이 커지면서 3%를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도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2.9%)를 뛰어넘은 3.1%를 찍었다. 8개월째 3%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Fed와 한국은행 등의 금리 인하 시기도 점차 늦춰지는 양상이다. 미국은 당초 3월 '조기 인하'에 무게가 실렸지만, 최근 들어선 6월 이후로 인하 예측 시점이 후퇴했다. 한은도 하반기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상반기 내엔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 상방 리스크 등이 향후 물가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할 수 있다. 이는 통화 긴축 기조 전환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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