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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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차기 처장 최종 후보가 선정된 뒤, 처장 직무대행 중인 김선규 수사1부장이 돌연 사직서 제출을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처는 ‘업무 처리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최근 강제수사에 나선 임은정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수사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선규 부장검사는 이달 초 검사 시절 자신이 작성한 사건 수사 기록을 지인 변호사에게 유출한 혐의로 2심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 판결 뒤 김 부장검사는 공수처에 2월29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직서가 수리될 때까지 휴가를 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중차대한 공직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곧바로 사직서를 내면 조직에 혼란이 더해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29일은 차기 공수처장 후보를 선정하는 후보자추천위가 열리는 날이다.
실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는 29일 대통령에게 추천할 후보자 2명을 선정했고, 김 부장검사는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한겨레 취재 결과 김 부장검사는 ‘4일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뜻을 바꿨다고 한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차기 처장 인사청문회 준비 업무’와 ‘잡무 정리’ 차원에서 김 부장이 사직서 제출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수처 안팎에서는 최근 수사1부에서 강제수사에 나선 임 부장검사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수사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020년 임 부장검사는 한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 수사와 재판에서 검찰 수사팀이 핵심 증인의 허위진술을 유도했다는 진정 사건을 조사했다. 하지만 2021년 3월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해당 진정 사건을 대검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에 재배당하고, 임 부장검사 대신 허정수 당시 대검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배당해 수사방해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임 부장검사는 2021년 3월4일 페이스북에 ‘검찰 쪽 증인으로 나선 재소자들을 모해위증 혐의로 인지하겠다고 윤 대통령 등 대검 지휘부에 보고했으나 반려됐고, 불입건 의견을 낸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했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임 부장검사의 글이 공무상비밀누설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2022년 5월 사건을 공수처에 넘겼다.
그뒤로 2년 가까이 별 움직임이 없었던 공수처 수사1부는 지난달 27일부터 이틀간 대검 감찰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또 한동수 당시 대검 감찰부장이 임 부장검사와 공모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공범으로 입건했다. 이때문에 김 부장검사가 사직서 제출을 미루고 이번 사건을 처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수리까지는 한달 가까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소까지 김 부장검사가 마무리할 수도 있다.
다만 한 전 감찰부장은 김 부장이 ‘윤석열 라인’이라며 수사에서 제외해달라고 기피신청한 상태라 그 결과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공수처는 현재 한 전 감찰부장의 기피신청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천할 차기 공수처장 후보로 오동운·이명순 변호사를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차기 공수처장이 임명된다. 임명까지는 이르면 한달 정도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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