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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한국에 "같이 달 탐사하자"…미국만 믿으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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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주인’ 꿈꾸는 우주 개척자들



■ 경제+

대항해 시대? 골드러시? 그때는 신대륙·금을 쫓는 모험이었다면 지금은 달이다. 연초부터 각국은 지구에서 38만㎞ 떨어진 달을 겨냥해 앞다퉈 착륙선을 쏘아 올리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보낸 달 착륙선 ‘오디세우스’가 달 남극 근처에 착륙했다. 비록 착륙 과정에서 넘어져 활동 기간이 짧아졌지만, 민간 최초 달 착륙선이란 기록을 세웠다. 미국·중국·일본·유럽·러시아·인도…그리고 한국까지. 모두가 달을 원하고 있다. 달보다 가까운 저궤도(약 1000㎞) 우주는 더 붐빈다. 이미 치열한 산업 현장이 된 이곳의 주류는 민간 우주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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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간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달 탐사선 ‘오디세우스’가 지난 16일 우주로 향하던 중 보내온 사진. 탐사선 뒤로 지구가 보인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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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민간이 협업하고 경쟁하며 벌이는 우주 비즈니스 전쟁은 이미 현실이다. 2040년까지 전 세계 우주 시장은 1조 달러(약 1335조원·모건스탠리) 이상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우주 비즈니스 개척자들은 어떤 기회를 만들고 있으며, 한국 우주 스타트업의 자리는 그중 어디쯤일까.

우주 강국들이 월행(月行) 로켓을 줄줄이 쏘아 올리고 있지만, 성공률은 희박하다. 50여 년 전 달 착륙에 한 번이라도 성공한 국가는 5개국(미국·러시아·중국·일본·인도)뿐이다.

그럼에도 도전이 계속되는 이유가 있다. 우선 달은 희토류·헬륨-3 등 지구에선 찾기 어려운 귀한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핵융합 발전에 필요한 헬륨-3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청정에너지원이다. 약 1g으로 석유 14t과 동일한 에너지를 낸다. 미국·일본 등이 자국 기업이 우주 자원을 채굴할 경우 소유권을 보장해 주는 법안을 속속 통과시키는 이유다.



1. 1g이면 석유 14t 에너지…헬륨-3 널린 ‘노다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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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미국이 주도하는 달 유인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는 달 궤도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를 건설하는 장기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이 정거장은 달 탐사뿐 아니라 화성 및 심우주 탐사를 위한 중간 거점 역할도 할 예정이다. 현재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는 한국 포함 30개국 이상이 참여해, 2026년 이후 달에 지속가능한 유인기지를 세우는 게 목표다. 중국도 2045년 우주 최강국에 오르겠다는 목표로 국제 유인 달 연구기지(ILRS)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러시아·아랍에미리트(UAE) 등 8개국이 참여한다. 달을 두고 미국 주도의 아르테미스와 중국 주도의 ILRS로 양분되는 모양새다.

2. 돈되는 건 ‘저궤도 우주’…머스크 등 민간 큰 성과

꼭 달에 가지 않더라도 달 탐사에 이르는 길 곳곳에 거대한 비즈니스가 꿈틀거리고 있다. 특히 지구와 좀 더 가까운 저궤도에는 이미 돈 되는 아이템들이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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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우주 산업은 업스트림(up-stream)과 다운스트림(down-stream)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업스트림은 인공위성과 발사체 제작 등 주로 우주에 올려보내는 장비·부품 관련 산업군이다. 다운스트림은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지상에서 통신·지구관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다. 이상철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주 하면 다들 로켓만 떠올리는데 인공위성 데이터로 실생활을 변화시키고 큰 부가가치를 내고 있는 건 다운스트림 분야”라고 말했다.

국가가 우주 개척에 앞장섰던 올드스페이스(old space) 시대가 가고, 이제는 민간이 주인공인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페이팔을 매각한 돈으로 2002년 ‘스페이스X’를 만들었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2000년 설립한 ‘블루오리진’에 계속 돈을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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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특히 스페이스X는 미국의 우주 프로그램을 송두리째 바꿨다. 이전까지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는 원가가산 방식 계약시스템을 썼다. 정부가 발주한 로켓·엔진·인공위성을 민간 회사가 만들 때 원가와 보장수익을 더해서 지급하는 방식이다. 스페이스X는 이후 정부의 탑재체를 자사의 로켓에 얹어 발사하되 성과를 내면 고정된 돈을 받는 대안을 개척했다. 비용을 줄일수록 기업 이익은 늘어나는 시스템이다. 이후 민간 우주기업의 비용 효율화 경쟁에 불이 붙었다.

그간 우주 저궤도에 위성을 올려놓는 비용은 ‘kg당 2만 달러(약 267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스페이스X가 재사용 가능한 우주 발사체 팰컨9을 개발하면서 이 비용은 ‘kg당 5000달러(약 670만원)’까지 떨어졌다. 달 착륙선 오디세우스가 탄 발사체도 팰컨9이었다. 한국무역협회가 2021년 발간한 ‘우주산업 가치사슬 변화에 따른 주요 트렌드와 시사점’에 따르면 발사체를 한 번 발사할 때 발생하는 영업이익률은 18.5%지만 발사체를 10회 재사용하면 59%까지 뛴다.

발사 비용이 내려가자 지구 저궤도에는 한 번에 수십, 수백 개 소형 위성(500㎏ 이하)이 발사됐다.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가 이를 활용한 대표적 서비스이다. 지난해 9월 기준 60개국, 가입자 200만 명을 모았고, 현재까지 5000개 넘는 위성을 우주로 보냈다. 중국도 2027년까지 약 1만3000개의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중국판 스타링크 ‘궈왕 프로젝트’를 구축한다.

3. 한국, 10년내 달착륙 도전…“민관 시너지가 성공 관건”

정부는 올해 5월 우주항공청을 열고, 2033년까지 달 착륙선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한국의 우주스타트업도 함께 뛰고 있다.

국내 발사체 스타트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위성 수요에 비해 발사체가 적고 비싸다는 점을 파고든 회사다. 무게 1㎏ 안팎의 초소형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발사체 ‘블루웨일’을 개발하고 있다. 심수연 부사장은 “탄소 복합체로 더 가벼운 발사체를 만들고, 메탄 엔진을 활용한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나서는 등 주어진 제약을 돌파하며 경쟁력을 갖춰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형 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는 고체와 액체 연료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엔진을 사용한다. 지난해 12월 재사용 발사체 비행 시험에 성공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연구원들이 1999년 세운 쎄트렉아이는 위성 제조부터 데이터 분석·판매까지 한다. 자회사 SIA가 개발한 기상기후 예측 인공지능(AI) 솔루션은 지난해 ‘유네스코 전기통신연합(UN ITU)’이 주최한 솔루션 챌린지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우주산업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민관 협동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기초연구 등 심우주 탐사에 주력하고, 민간은 돈 되는 산업을 해야 한다”며 “스페이스X처럼 공공섹터에 있는 연구자들이 민간으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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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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