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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정점+12개월' 이후 둔화 주춤…韓 농산물, 美 고용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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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1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과일을 고르는 시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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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국 등 주요국의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가 인플레이션 정점에서 12개월 지난 뒤부터 주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저효과가 옅어진 데다 에너지 가격 재상승, 각국의 특수한 상황 등이 더해진 영향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한국·미국·유로 지역의 디스인플레이션 흐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 인플레이션은 2022년 정점을 찍은 뒤 에너지 가격 하락 속에 빠르게 둔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정점+12개월' 시점을 기준으로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직전 연도 고물가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중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물가 안정에 어려움을 겪는 식이다. 2% 수준인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각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은 지표상 지난 연말부터 함께 주춤하고 있다. 미국의 올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1%로 시장 예상치(2.9%)를 웃돌았다. 유로 지역도 지난해 11월 2.4%까지 낮아졌던 CPI 상승률이 1월 들어 2.8%로 반등했다. 지난 연말까지 3%대였던 한국의 물가 상승률도 1월 2.8%로 내려왔지만, 지난해 7월(2.4%)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피부로 느끼는 생활 물가는 여전히 3%를 훌쩍 넘기고 있다.

이러한 배경엔 배럴당 80달러를 넘긴 유가가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엔 국가별로 차별화된 요인이 물가가 내려가지 못하게 붙잡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농산물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게 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8~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큰 폭으로 오른 데엔 농산물값 급등이 크게 작용했다. 반면 미국은 견조한 고용 상황이 이어지면서 근원 서비스 물가의 상승 모멘텀이 여전히 높은 편이다. 유로 지역은 높은 임금 오름세가 '뇌관'으로 남아있다.

그러다 보니 각국 중앙은행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도 미뤄지는 양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기는 당초 3월까지 언급됐지만, 최근엔 6월 이후가 될 거란 예측이 많다. 한은도 이달 들어 기준 금리를 9연속 동결하면서 "상반기 내엔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이창용 총재)는 의견이 나왔다. 한은은 "앞으로 인플레이션 동인과 경기 흐름에 따라 한국·미국·유로 지역의 물가 둔화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이는 각국의 통화 긴축 기조 전환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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