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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물가와 GDP

끈적한 물가 우려 속 기준금리 1년째 묶어…하반기 '인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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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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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3.5%로 유지했다. 지난해 2월부터 9연속 금리를 묶었다. '끈적한 물가' 우려가 여전하고 가계 부채·미국 피벗(통화정책 전환) 같은 변수도 있어 금리 인하에 나서기 이르다는 판단이 깔렸다. 올 하반기에야 한은이 금리를 내릴 거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2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통위원 7명 모두 '금리 동결'에 손을 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물가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2.8%로 내려오긴 했지만, 피부로 느끼는 생활 물가는 3%대로 높은 편이다. 소비자물가의 선행 지표인 생산자물가는 농산물값 급등을 타고 두 달 연속 오름세다. 중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국제유가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하는 걸 아직 확신하긴 이르다"면서 "개인적으로 상반기 내엔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유지하겠다. 오는 5월 경제 전망 시 나오는 수치를 보고 (인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 부채 '불씨'도 여전하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 빚은 약 1886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증가 폭이 이전보다 둔화했다지만, 올해 부동산발(發) 대출 수요 등이 다시 뛸 위험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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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대외적으론 점차 늦어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벗 시점이 한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물가 지표는 예상보다 내려오는 속도가 더디고, 고용 등 다른 수치도 견조한 편이다. 이에 따라 미국(5.25~5.5%)은 당초 시장이 예측했던 3월 '조기 인하' 대신 6월 이후에야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금리 역전(2%포인트 차)이 이어지는 한국으로선 환율·외국인 투자 등을 고려할 때 먼저 금리를 내리긴 부담스럽다. 한은은 미국 상황을 본 뒤 하반기 중에 움직이기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이창용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낮추기 시작하는 분위기가 잡히면 각국이 차별화된 (통화) 정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변화된 움직임도 감지됐다. 향후 3개월 금리를 두고 금통위원 5명이 '현행 유지'를 언급했지만, 한 명은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시장에선 한은이 3분기 중 금리 인하에 시동을 걸거란 예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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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이날 한은은 수정 경제 전망도 함께 내놨다. 앞서 지난해 11월 제시한 올해 경제 성장률 2.1%, 물가 상승률 2.6% 예상치를 그대로 이어갔다. 성장률은 3개월 전과 비교해 반도체 등 수출 호조로 인한 0.1%포인트 상향, 내수 부진에 따른 0.1%포인트 하향이 상쇄되면서 큰 변동이 없었다. 다만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소비 둔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성장 엔진에 먹구름이 꼈다. 올해 민간 소비 성장률 전망치가 1.6%로 지난해 11월 발표(1.9%)보다 0.3%포인트 떨어진 게 대표적이다.

인플레이션은 큰 변수가 없다면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은에선 농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상승률이 일시적으로 소폭 높아졌다가 올 연말엔 2%대 초반까지 내려갈 것으로 본다. 특히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의 올해 전망치는 내수 부진 등에 따라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춘 2.2%로 잡았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은 지난해보다 나아졌지만, 내수는 침체 수준으로 갈 수도 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 정부의 추가 지출 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은 농산물과 서비스 물가, 유가가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ㆍ오효정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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