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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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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 폭탄 못당했다…지난해 소상공인 폐업 공제금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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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시내에 있는 한 식당의 외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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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봉천동에서 돼지 두루치기 집을 운영하는 이규엽(66)씨는 요즘 저녁 시간만 되면 한숨이 나온다. 팬데믹 기간 줄어든 오후 장사 매출이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씨는 “코로나 전에는 저녁 시간 삼삼오오 모여 두루치기에 소주 한잔하는 젊은이가 많았는데 요즘은 식사만 하는 손님도 귀하다”라며 “재료비, 인건비에 대출이자 부담까지 커지다 보니 주변에 문 닫는 가게들도 많아졌다”고 하소연했다.



소상공인 폐업 공제금 지급 11만여건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면서 고물가·고금리 여파를 이겨내지 못한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란우산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건수는 11만15건, 지급액은 1조2600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폐업으로 인한 공제금 지급 건수가 10만 건이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간 폐업 공제금 지급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 역시 최초다. 지역별 지급 건수와 규모도 사상 최대였다. 폐업 공제금을 가장 많이 수령한 지역은 경기도(2만8000건, 3311억원)였고 서울(2만3000건, 2827억원), 인천(6800건, 742억원), 경남(6600건, 679억원), 부산(6100건, 67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2007년 퇴직금이 없는 소기업·소상공인의 노후 보장을 위해 마련된 노란우산 공제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중기부가 관리하고 중기중앙회가 운영한다. 소기업·소상공인이 매월 또는 분기별로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폐업 등의 사유 발생 시 그간 납부한 금액에 복리 이자율을 적용한 공제금을 지급한다. 공제금은 은행 대출 연체나 국세 체납 시에도 압류 대상에서 제외되며 연간 최대 5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부여된다. 지난해 말 기준 재적 가입자는 172만 명 규모로 소상공인 4명 중 1명꼴로 이용 중이다.

지난해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규모가 늘어난 것은 노란우산 가입자가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폐업이 많아진 탓이 크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퇴직금이 없는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마지막까지 건드리지 않는 ‘최후의 보루’”라며 “공제금을 수령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계 상황에 몰린 소상공인이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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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고금리·고물가 여파 못 피해



원자재 가격을 비롯해 인건비와 임대료·연료비 등 각종 운영비가 늘어난 데다 대출 금리까지 오르며 지난해 소상공인들은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평균 5.34%로 2012년(5.6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돈 들어갈 곳은 늘어났지만 소비 위축으로 매출은 늘지 않다 보니 남는 게 없는 장사가 이어졌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4월 소상공인의 인건비는 291만원으로 월평균 영업이익(281만7000원)보다 더 많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연합회 측은 “2021년과 비교해 인건비가 3.7% 오르는 동안 영업이익은 1.6% 오르는 데 그쳤다”며 “인건비와 연료비 상승 여파로 소상공인의 경영 상황이 크게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폐업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각종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8일 정부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민생토론회에서 중기부는 자영업자 고용보험의 정부 지원 비율을 최대 80%까지 높여 소상공인 폐업 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자영업자가 매달 8000~3만8000원을 납부하면 폐업시 4~7개월간 월 109만~203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중기부는 기획재정부와 함께 노란우산 공제 제도도 손보기로 했다. 공제금 지급 요청 사유를 폐업 외에 재난과 질병·파산 등으로 다양화하고, 중간 정산도 가능하도록 오는 6월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심리 위축, 경기 둔화, 이익 감소 등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며 자영업자의 경영상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이나 이자 지원 등 같은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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