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웃돈 미국 CPI
예상 뒤집은 미 물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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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을 뛰어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에 금융 시장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통화 당국의 목표 물가 달성의 마지막 구간을 의미하는 ‘라스트 마일’의 경로가 울퉁불퉁해지면서, 금융 불안이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여전히 강하고 끈적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4개월째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면서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번지고 있다.
14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1달러당 원화 가치는 전 거래일과 비교해 7.25원 하락한(환율은 상승) 1335.35원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당 원화 값은 지난달 17일 1344.2원까지 떨어진 뒤, 이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하면서 다시 상승세를 탔었다. 하지만 이날 높은 미국 CPI 상승률 소식에 원화 값은 재차 하락해 1340원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 노동통계국] |
환율뿐 아니다. 글로벌 장기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미국 CPI가 발표된 직후 급등하기 시작해 4.3%를 넘겼다. 대출 금리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전 거래일 대비 0.097%포인트 상승하면서 3.45%를 기록했다. 모두 긴축 긴장감이 강했던, 지난해 12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최근 역사적 고점을 넘겼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3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1.37% 하락한 4953.17로 장을 마치면서, 5000선 밑으로 내려왔다. 14일 코스피도 전 거래일과 비교해 1.1%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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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주거비…미국 물가잡기 오래 갈 듯
차준홍 기자 |
문제는 이러한 환율·금리 불안을 만든 미국 CPI가 당분간 떨어지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지난해 미국의 CPI 상승세 둔화를 이끌었던, 국제유가가 전쟁 여파 등으로 올해는 하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전년 대비 6%(전월 대비 0.6%)나 상승한 주거비 상승세도 당분간 더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주거비 상승률은 2023년 초 이후 가장 가파른 데다 물가 상승률에 3분의 2 이상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거비의 상승률은 올해 7~8월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앞서간 기대감도 향후 금융 불안을 키우는 원인이다. 14일 오후 4시 기준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는 Fed가 오는 6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 연말까지 4.25~4.5% 수준으로 낮출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예측했다. 올해 4번 정도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이런 시장 기대와 달리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올해 3번 정도의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차준홍 기자 |
만약 CPI 상승세가 쉽사리 둔화하지 않으면,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좌절되면서 금융 불안은 더 확대될 수 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지면 그만큼 부담도 더 커진다.
미국과 달리 중국 물가는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1월 CPI는 -0.8%로 지난해 10월(-0.2%), 11월(-0.5%), 12월(-0.3%)에 이어 넉 달째 하락세다. 중국 CPI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중국인의 최고 기호식품인 돼지고기 가격인데, 1월에 17.3%나 급락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2022년 10월 이후 16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차준홍 기자 |
각종 경기 부양책에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내수 침체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론적으로는 제품 가격이 낮아지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져야 하지만 중국에선 그렇지 않다”며 “중국 경제가 이미 디플레이션에 직면했으며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중국인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2월 CPI는 1월보다 하락 폭이 줄고 4월 전후엔 플러스로 돌아설 거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춘절(10~17일) 직후 금리 인하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거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사회총대출 규모는 6조5000억 위안으로 최근 10년래 가장 컸다. 시장에 돈을 풀어 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KDI, 올 한국 성장률 2.2% 제시=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2%로 제시하며 지난해 11월 전망치를 유지했다. 수출 회복세는 기존 전망보다 탄력을 받겠지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민간소비와 투자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란 판단이다.
KDI는 14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상반기 2.3%, 하반기 2% 성장해 연간 2.2%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동일한 전망치이며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2.3%보다는 낮다.
종전 전망치와 비교하면 수치는 같지만, 수출과 내수 부문 간 차이는 더 벌어졌다. KDI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예상보다 강건한 회복세가 예상된다며 총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3.8%에서 4.7%로 0.9%포인트 높였다. 반면 내수부진의 먹구름은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봤다. 민간소비는 기존 전망(1.8%)보다 하향 조정해 1.7%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김남준·김경희 기자, 세종=이우림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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