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남용 아니다"…손배 소송서 원고 패소 판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과정에서 기자 등의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것은 권한 남용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김민정 판사)은 14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수처 검사가 원고 등이 쓰던 전화번호 등 통신 자료를 수집한 것은 권한 남용이 아니다"라며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관련성이 소명된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것은 수사를 위한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 대상인 공무상비밀누설죄에 관해 첩보를 입수했고, 혐의와 대상자 관련성을 소명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원고 등의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통신 자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변 등이 공수처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가 아닌 자신들의 통신 자료를 조회해 수사 범위를 넘어섰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수사를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혐의와 관련된 공직자가 아닌 사람에 대한 수사도 필요할 뿐만 아니라 고위공직자가 아니더라도 공범으로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공수처는 2021년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서울고검장)의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 기자, 가족·지인, 변호사 등의 통신 자료를 광범위하게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 사찰 논란에 제기됐다.
실제 그해 12월 중순 한 방송사가 자사 기자들에 대해 공수처가 통신 자료를 조회했다고 보도한 이후 다수 매체 소속 기자들의 통신 자료가 조회된 것으로 파악됐다. 통신 자료를 조회한 수사기관은 공수처뿐만 아니라 검찰과 경찰도 포함됐다.
공수처는 해당 보도에 대해 "공수처 수사 대상 주요 피의자 중에는 기자들과 통화가 많거나 많을 수밖에 없는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며 "공수처는 이들 피의자의 통화 내역을 살핀 것이고, 사건 관련성이 없는 수많은 통화 대상자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피의자들과 취재 목적으로 통화한 기자들임이 확인되는 경우 당연히 대상에서 배제했다"면서 "이같은 절차는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의 경우도 동일하게 이뤄지고, 적용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통신 자료 조회 대상에 포함됐던 김태훈 한변 명예회장 등은 "사찰 행위는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수의 선량한 일반 국민에게 위압감과 불안감을 불러왔다"며 2022년 2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한변 측은 이날 법원의 기각 결정에 대해 "기본적으로 공수처가 수사권을 남용해 언론·통신의 자유를 침해한 사안"이라며 "판결문을 보고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정해훈 기자 ewigju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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