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제 앞두고 … 식료품점 서성이는 중국인 경기 침체 우려로 중국 소비자물가지수가 14년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디플레이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춘제를 이틀 앞둔 8일 중국 베이징의 한 식료품점 밖에서 사람들이 가격표를 확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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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8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0.8%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0.5%)를 밑도는 수치로, 지난해 10월(-0.2%) 이후 4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다. 2009년 9월 이후 14년4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것이기도 하다.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식료품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5.9% 하락한 반면 비식품 가격은 0.4% 상승했다고 밝혔다. 식료품의 경우 돼지고기 판매가 부진해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년 전과 비교해 2.5% 하락했다. 지난해 12월(-2.7%)에 비해선 하락폭이 줄었지만, 2022년 10월(-1.3%) 이후 1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게 됐다. CPI와 PPI의 동반 하락이 4개월째 지속되자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대한 우려와 공포가 더 커지고 있다.
중국 제조업도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2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기준치 50'을 하회했다. PMI는 기업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경기 동향 지표로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수축'을 뜻한다.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주식,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이 흔들리면서 소비자들의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중국 상하이·선전증시에 상장돼 있는 대형주로 구성된 CSI300은 1년 전에 4000선을 웃돌았지만 지금은 3300선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중국 70개 주요 도시의 기축 주택 가격은 일제히 하락했고, 이 도시들 중 62곳에서는 신축 주택 가격까지 빠졌다.
중국 소비자들은 일제히 지갑을 닫고 있다.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지난해 11월 11일 광군제 당시 '가성비 쇼핑' 붐이 일면서 중국산 브랜드 매출이 크게 늘었다. 또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선 'B1B2'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명품 매장이 있는 백화점 1층을 지나 저렴한 물건들을 판매하는 지하 매장으로 직행하는 소비 형태를 의미한다.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도 줄고 있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멕시코는 지난해 대미 수출액 4756억달러(약 631조원)를 기록하며 중국을 제치고 최대 대미 수출국이 됐다. 반면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0%가량 줄어든 4272억달러(약 567조원)에 그쳤다.
이 때문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조만간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인민은행은 지난 5일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하며 약 1조위안(약 188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LPR은 5개월 연속 동결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년 인사를 통해 중국이 경제 방면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 주석은 "지난 1년간 우리는 안정 속에서 발전을 추구하는 기조를 견지하며 경제 회복을 추진해 왔다"면서 "지난해 국민총생산이 126조위안(약 2경3500조원)을 넘어섰고 취업과 물가도 총체적으로 안정됐다"고 밝혔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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