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경제의 중추인 반도체 기업 TSMC의 회사 로고. TSMC는 투명하고 일관된 배당 정책을 바탕으로 주주친화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만은 중국이 군함과 비행기를 보내 수시로 협박하는 나라다. 한국보다 안보 리스크가 크다. 그런데도 대만 증시는 한국보다 고평가돼 있다. 경제 규모가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시가총액은 한국과 비슷하다는 게 그 증거다. 국제통화기금(IMF) 추정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명목치 기준)은 1조 7092억 달러로 대만(7518억 달러)의 1.4배였다. 그런데도 한국 기업의 시가총액(2023년 말 기준)은 1조 9816억 달러로 대만(1조 8564억 달러)과 비슷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다. 우리 경제가 해마다 대만의 2.4배에 이르는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는데도 경제의 주축인 기업 가치는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증시 저평가에는 안보 말고 다른 핵심 이유가 있는 게 틀림없다.
그 단서는 영국의 자산운용회사인 슈로더가 지난해 2월 호주를 비롯한 아시아 11개 국가의 배당 성향과 기업지배구조를 분석해 낸 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다. 배당 성향이 대만은 11개국 중 2위인 반면 한국은 꼴찌였다. 기업지배구조 순위 역시 대만은 4위였고 한국은 꼴찌였다. 지난해 12월 아시아 기업거번넌스 협회(ACGA) 평가에서도 한국은 기업지배구조가 인도에 뒤진 8위였다. 반면 대만은 호주와 일본에 이은 3위였다. 외국 투자자 눈에 대만 증시는 아시아의 선진시장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박한 평가는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한국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5배인 반면 대만은 2.4배다. 한국은 기업가치가 장부가에도 못 미치지만 대만은 장부가의 2.4배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 싶다면 배당 성향과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박한 평가부터 개선해야 한다.
[김인수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