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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물가와 GDP

“차례상 과일 올해는 하나만 놔요”…조상님께 미안한 설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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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서울시 광진구의 한 과일가게. 설 연휴를 나흘 앞둔 지난 5일 늦은 저녁. 퇴근길에 장을 보러 온 직장인 최모씨는 과일 매대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최씨는 “가격을 알아볼 겸 둘러 보러 왔다”며 “설을 앞두고 과일 같은 걸 미리 사둘까 했는데 가격을 보면 계속 망설이게 된다. 올 때마다 물가가 오른 게 느껴진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서울시 광진구와 강동구, 강남구 일대 슈퍼마켓, 과일가게, 대형마트 등 5곳을 직접 돌아봤지만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온 게 무색할 정도로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가 어려웠다.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한 프리미엄 마켓에서 만난 김모씨는 “제수용 과일을 하나씩만 샀다. (차례상에) 홀수로 놓으니 원래 3개씩 샀는데 이번엔 사과와 배 각각 하나씩만 놓을 생각”이라며 “크고 모양이 좋은 건 개당 만원 꼴이라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애들도 다 나가사니 먹을 사람도 없고”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조상님도 이해해주실 거라 믿는다”며 “경기가 어려우니 지갑을 열기 보단 조상님께 양해를 구하게 됐다”고 쓰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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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대목이라는 대형마트 설 선물세트 코너 역시 한산했다. 선물세트 코너 직원은 “추가 할인이 가능하다”며 “지금 할인가로 나와 있지만 산다고 하면 회사에 전화에 가격을 더 내려 주겠다”며 호객행위에 열을 올렸다.

슈퍼마켓 직원도 “제수용 과일은 크기도 크고 실해서 가격이 더 비싼 게 일반적”이라면서 “들어온지 좀 돼 할인코너에 둔 과일을 제수용으로 쓰자며 사가는 부부도 봤다.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정부가 설 연휴를 앞두고 성수품 16개 품목 공급을 확대하고 역대 최대 규모인 840억원대로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예산을 책정했지만, 설 제수용품 및 장바구니 물가는 좀처럼 나아지지 못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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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22.7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올랐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인 2.8%의 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특히 대표적인 성수품인 과일 물가는 평균 상승률의 10배가 넘는다. 사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6.8%, 배 41.2%, 귤 39.8%, 감 39.7% 등이다.

백화점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과일과게를 운영하는 이모 사장은 “예전엔 백화점 과일이 비싸다며 우리 가게에서 과일 선물세트를 맞추곤 했는데 발길이 뚝 끊겼다”며 “백화점은 더 비싸지만 우리도 손해보고 팔 순 없으니까 예전보단 가격이 높은 편이다. 손님이 없으니 우리도 명절 기분이 안 난다”고 호소했다.

이 가게를 찾은 한 주부는 “차례를 간소하게 지내 이번 명절엔 샤인머스켓과 전만 올릴까 싶다”고 말했다.

과일 뿐 아니다. 일부 공산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품목 가격이 오르면서 차례상차림 비용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중순 한국물가정보가 전통시장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이번 설 상차림 비용은 4인 가족 기준 전통시장 28만2500원으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이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두고 이달 초 다시 설 차례상 평균 비용을 계산했더니 평균 31만6023원으로 3주 전 1차 조사(1월 18∼19일, 30만717원) 때와 비교해 5.1% 늘었다.

특히 대형마트 32만1815원, 백화점은 49만3891원으로, 대형마트의 경우 3주 전보다 8.0% 비쌌다. 전통시장은 24만6819원, 일반 슈퍼마켓 26만1487원, 기업형 슈퍼마켓(SSM) 31만3476원 등이었다.

샤인머스켓만 차례상에 올린다는 한 주부는 “이번에 정부 지원이 많다고 들었지만 체감은 약하다”며 “설이 다가올수록 더 가격이 오르는 게 느껴져 실질적인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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