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 파열되면 벼락 두통 느껴
흉골 중앙부 통증, 심근경색 가능성
담낭염 한번 발생하면 절제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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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수시로 크고 작은 통증에 시달린다. 특히 일상에서 두통·흉통·복통은 흔히 겪는 증상이다. 대부분 진통제를 먹거나 휴식을 취하면 잦아든다. 그러나 때에 따라선 응급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평소 느껴 보지 못한 통증인데도 가벼운 질환으로 오인하거나 민간요법에 기대다 화를 입을 수 있다. 통증의 정도와 양상, 동반 증상을 살펴 위급한 질환이라고 판단되면 연휴라도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에 갈 수 있도록 조치하자.
뇌 질환이 원인인 두통
두통은 누구나 흔히 겪는 증상이다. 두통이 오면 병원에 가기보다 상비약을 먹거나 약국을 찾아 그때그때 통증을 가라앉힌다. 하지만 통증이 극심하고 평소와 다른 양상이라면 몸에 문제가 생겼단 신호일 수 있다. 뇌동맥류 파열이 대표적이다. 뇌동맥류는 뇌동맥이 갈라지는 부위의 혈관 벽이 약해지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혈관 내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는 경우다.
뇌동맥류가 파열돼 출혈이 생기면 대부분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듯한 벼락 두통을 호소한다. 이와 함께 메스꺼움과 구토를 동반하기 쉽다. 파열성 뇌동맥류는 약 15%가 병원 도착 전에 사망할 만큼 치명적이므로 의심할 만한 증상이 있다면 곧바로 응급실을 찾도록 한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이성호 교수는 “당장 치료가 필요한 아주 위험한 뇌동맥류는 이미 파열이 일어난 경우”라며 “이때 나타난 두통은 일생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통증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보통 무증상이지만 간혹 크기가 커지거나 모양이 변하면 주변 뇌와 뇌 신경을 눌러 한쪽 눈이 안 떠지는 안검하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편측 안면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뇌졸중의 대표적인 징후 역시 두통이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터져 출혈이 발생하는 뇌출혈과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뇌혈관 속에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극심한 두통과 갑자기 걷거나 균형 잡기 힘들 만큼 빙빙 도는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이때 안면 마비나 편측 마비, 언어장애가 함께 올 수 있다. 뇌졸중 증상은 아프다가 점점 심해지기보다 갑작스럽게 오는 편이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우호걸 교수는 “증상이 잠시 나타났다가 회복하는 경우 미니 뇌졸중이라고 불리는 일과성 허혈 발작일 수 있다”며 “뇌졸중의 전조 증상으로 48시간 이내 50%가 재발하므로 돌아왔다고 방심하지 말고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두통이 수일 또는 수주에 걸쳐 점차 심해지거나 양상이 이전과 다르게 변한 경우 ▶진통제를 복용해도 호전이 없는 경우 ▶구역·구토, 의식 소실이나 발작을 동반한 경우 ▶50세 이후 처음으로 두통이 시작된 경우라면 병원을 찾아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심혈관 문제로 인한 흉통
일상에서 가슴 통증을 이따금 느끼는 사람이 있다. 통증의 위치를 정확하게 꼽기 어렵다 보니 급체로 오인해 손가락을 따거나 진통제만 먹고 버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근데 일부 흉통은 심근경색과 협심증에 따른 증상일 수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심장 근육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혈관을 관상동맥이라고 한다. 이 혈관이 좁아지거나 갑자기 수축해 심장 근육에 충분한 혈액과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협착이 만성으로 진행하면 협심증, 급성이면 심근경색이다.
협심증은 일상생활보다 빨리 걷거나 뛸 때, 계단이나 언덕을 오를 때, 무거운 물건을 드는 활동을 할 때 주로 증상이 발생한다. 즉 심장 근육에 더 많은 산소와 혈액 공급이 필요한 상태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흉통이 가슴 정중앙이나 왼쪽에서 발생하는 게 특징적이다. 대개 ‘뻐근하다’ ‘쪼이는 것 같다’ ‘무거운 것에 눌리는 것 같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최소 1분 이상 10분 이내로 흉통이 지속하고 안정을 취하면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반면에 심근경색은 운동 시 주로 흉통이 발생하는 협심증과 달리 안정 시에도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혈전이 관상동맥을 막아 혈류가 차단된 결과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통증이라고들 한다. 흉골 중앙부 깊은 곳이 가장 흔한 통증 위치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심장내과 김병규 교수는 “난생처음 느껴 보는 20~30분 이상 지속하는 극심한 흉통이 있을 땐 급성 심근경색 가능성이 있으니 빨리 응급실로 가야 한다”며 “심한 경우 혈압이 떨어지면서 어지러움, 구토, 의식 저하, 심장마비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때론 가슴 통증과 함께 목이 조이는 듯하거나 아래턱이 아프고 왼팔 안쪽으로 통증이 뻗치는 방사통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입원·수술 치료 필요한 복통
보통 배가 아프면 ‘먹은 음식이 소화가 안 되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고 만다. 그러나 복통도 마냥 가벼운 증세로만 인식하면 안 된다. 배꼽 근처 복부 중간에서 시작해 오른쪽 아래 부위로 통증이 이동하는 느낌이라면 급성 충수염(맹장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어쩔 땐 우측 옆구리가 아프기도 하다.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지만 터지면 복부 내 장기가 감염되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조기 진단이 필수다. 통증이 시작되면 구토를 하거나 식욕이 없어지며 열이 날 수 있다. 특히 충수염은 소아·청소년에서 발생 비율이 높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로 명치와 오른쪽 윗배가 아픈데 오른쪽 날개뼈 아래나 어깨 쪽까지 통증이 퍼지고 통증이 1~4시간가량 지속한다면 급성 담낭염일 수 있다. 담낭염의 전형적인 통증인 ‘담도산통’인 경우다. 담낭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저장하고 식사 후 담즙을 배출해 소화를 돕는 기관이다. 담즙이 배출되는 길목이 여러 이유로 정체하거나 막히면 담낭에 염증과 세균 증식이 발생한다. 담낭염을 수술하지 않으면 당장은 증상이 완화하더라도 25% 이상에서 재발하므로 한 번 발생했다면 절제술을 시행하는 게 좋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신일상 교수는 “무엇보다 오른쪽 윗배에 담도산통이 느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빨리 병원에서 검사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말연시, 연휴처럼 과음·과식이 반복되는 시기엔 급성 췌장염을 염두에 둬야 한다. 췌장에 염증이 생긴 질환으로 급성의 경우 과도한 음주와 담석, 고중성지방혈증 때문에 많이 발생한다. 췌장 내에서 활성화된 소화효소가 췌장과 주변 조직을 공격하면 부종·출혈·괴사가 일어나고 전신 염증 반응과 다발성 장기부전까지 유발할 수 있다.
급성 췌장염이 발생하면 대부분 극심한 상복부 통증을 호소한다. 췌장은 복막 뒤에 있는 후복막 장기다. 따라서 똑바로 누웠을 때 통증이 심하고 앉거나 몸을 앞으로 숙일수록 등과 복부 사이 공간이 넓어져 통증이 완화하는 특징이 있다. 통증이 시작되고 30분 이내에 통증의 강도가 세지며 호전 없이 수시간에서 수일간 지속한다. 이 밖에도 염증 반응에 따른 발열과 오한, 오심·구토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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