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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선거제 개혁

선거제 당론 결정 왔다갔다…"봉숭아학당" 욕먹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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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전당원 투표로 선거제 결론을 내려고 했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일 이재명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에서 “선거제와 관련해 허심탄회한 소통이 있었고, 이 대표에게 포괄적인 권한이 위임됐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논의를 벌였으나, 친명계 지도부 다수가 선호했던 ‘전당원 투표를 통한 병립형 선거제 회귀 결정’은 끝내 관철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향후 ▶선거제의 구체적 당론 내용 ▶당론 의결 절차 ▶여당과의 협상 방안까지 모든 게 이 대표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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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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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이날 민주당 지도부가 ‘병립형 회귀’ 입장을 정해 주말 내 전당원 투표에 부칠 거란 관측이 유력했다. 지도부 내부에서 “병립형 선거제가 유리하다”는 의견이 우세했고, 이 대표 입장에서는 전당원 투표가 자신의 정치적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당직자들은 3일부터 전당원 투표가 가능하도록 실무 준비도 마친 상태였다.

민주당에게 전당원 투표는 입장 뒤집기가 필요할 때마다 등장하는 카드였다. 4년 전 총선을 한 달 앞둔 2020년 3월 민주당은 전당원 투표를 통해 위성정당 창당을 결정했다. 앞서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미래한국당)을 만들자 ‘꼼수’ ‘불법 행위’라고 비판했다가, 막상 원내 1당을 놓칠 수 있다는 계산 끝에 위성정당을 만들기로 하고 동원한 궁여지책이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문제로 발생한 보궐선거를 앞두고도 역시 당원 투표로 ‘무공천 당헌’을 개정했다. 이전까지 민주당은 당헌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96조 2항)고 규정했는데, “전당원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문구를 끼워 넣어 2021년 4·7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도록 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 선거 이후 대선·지방선거까지 내리 3연패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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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원 투표가 이날 불발된 건 최근 당 안팎에서 쏟아진 비판 여론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전날 “전당원 투표는 제일 불길한 것으로 최악, 천벌 받을 짓”이라며 “원래 히틀러도 국민만 보고 간다고 그랬다”(CBS 라디오 인터뷰)고 직격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도 “당원에게 어떤 게 좋은지 묻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는 의문이 든다”(YTN 라디오)고 말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는 홍익표 원내대표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당원투표를 하더라도, 지도부가 어떤 입장을 정해서 당원들로부터 동의를 받겠다는 절차적 과정일 뿐”이라며 결정 자체를 전당원투표에 의존하는 것을 비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공개회의에서 “전당원투표에 기대어 결정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비공개회의에서도 “당원 투표를 할 사안이 아니다” “중요한 문제이니 투표를 해야 한다” 등 입장이 강하게 충돌했다고 한다.

전당원 투표가 불발되면서, 이날 비공개회의에선 선거제를 둘러싼 얘기도 오갔다고 한다. 홍 원내대표는 “선거제는 병립형·준(準)연동형이라는 두 가지 단순 선택지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고, 다른 최고위원은 “민주당 의원 80명이 여전히 준연동형 유지를 요구하고 있으니 이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향후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 이재명 대표는 “나도 지금 마음을 못 정하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선거제 결론을 못 내리자 민주당 탈당파가 만든 미래대연합은 “민주당의 선거제 논의 과정이 봉숭아학당을 방불케 한다. 어제는 전당원투표로 결정하겠다더니 오늘은 이재명에게 모든 권한을 일임한다”(설주완 대변인)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병립형 회귀가 현실적인 선택지인데, 이 대표 입장에선 과거 자신의 발언을 뒤집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며 “당당히 매듭짓지 않고 전당원 투표 카드를 만지작거리다가 반발만 불러왔다. 장고(長考) 끝에 스텝이 꼬인 셈”이라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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