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물가상승률이 6개월 만에 2%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불안해지고 설 명절을 앞두고 사과·배를 비롯한 과일과 채소 가격도 큰 폭으로 올라 정부 물가 관리에 다시 비상이 걸렸다.
2일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13.15(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8%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부터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해온 물가상승률이 2%대로 꺾였다. 국제유가를 포함한 에너지 가격이 상당 부분 안정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최근 중동지역 불안 등으로 국제유가가 80달러대로 재상승하는 등 2~3월 물가는 다시 3% 내외로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2%대 물가가 조속하고 확실하게 안착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부 과일과 채소 가격 안정을 위해 농축산물 할인지원 예산 1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올해 사과·배 계약재배 물량을 8000t 확대해 향후 있을지 모를 수급 불안에도 대비하기로 했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작황이 좋지 않은 과일과 채소 값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신선식품지수는 14.4% 급등했다. 신선 식품은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째 10%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사과와 배를 포함한 신선 과실 가격 상승률은 28.5%에 달했다. 신선 채소도 1년 전보다 8.9%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실생활과 밀접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4% 올랐다. 3개월 연속 3%대를 유지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체감물가를 설명하기 위해 구입 빈도나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작성한 지수다.
배 21%·사과 14% 쑥 … 정부, 설 물가잡기 총력전
설 물가 비상에 정부가 전방위 물가 잡기에 나섰다.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을 100억원 추가 투입해 총 590억원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정부 할인율은 최대 40%까지 올라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 조치로 인해 남은 설 기간 일부 마트에서 사과·배를 반값 이하로도 구매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과와 배 가격은 예년에 비해 15~20%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사과 가격은 10개당 2만7302원으로 작년 설 전 3주간 가격과 비교해 14.1% 올랐다. 배는 10개당 3만3484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21.7% 비쌌다.
정부는 이번 설 대책과 별도로 과일 가격이 폭등하는 것을 막기 위한 중장기 조치를 마련했다. 농가와 계약재배를 늘려 정부가 과일 방출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물량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올해 계약재배 물량으로 사과 6000t, 배 2000t을 추가한다.
해양수산부는 고등어 할당관세 물량을 시장에 공급하는 등 어패류 가격 잡기에 나섰다. 지난달 말까지 성수품 정부 비축 물량 6919t을 방출했고, 고등어 할당관세 1차 물량 3000t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또 45개 마트와 온라인몰에서 진행 중인 할인 행사에서는 정부 할인율을 종전 20%에서 30%로 상향했다.
물가상승률이 6개월 만에 2%대로 내려앉았지만 국제 유가가 최근 상승 흐름을 보이며 2~3월 다시 3%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두바이유는 지난해 11월 배럴당 83.5달러에서 12월 77.3달러로 떨어졌다가 지난달 다시 82.4달러로 상승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당분간 물가 둔화 흐름이 주춤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윤식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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