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대구 서구 이현동 서대구역에서 승객을 태운 열차가 떠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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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해 추진하는 사업비 규모가 22조원을 넘어섰다. 재원·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업이 앞다퉈 나오면서 국가 재정에 부이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예타를 면제시킨 주요 사업에 들어가는 국가재정은 총 22조1000억원이다. 지난 2021년 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은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13조4900억원, 지난해 4월 통과된 대구·경북 신공항 사업에 2조6000억원, 지난 25일 국회를 통과한 달빛철도(대구-광주 연결) 사업에 6조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원(국비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은 예타를 거쳐야 하지만 위 세 사업은 수조~수십조원이 들어가는 사업임에도 예타가 면제됐다. 경제성이 뚜렷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달빛철도 사업은 2021년 국토교통부 사전타당성조사에서 비용·편익 수치가 0.483에 그쳤다. 해당 수치가 1.0보다 낮으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도 0.51~0.58로 1을 넘지 못했고 대구·경북 신공항은 1.032로 기준치를 겨우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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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두고 예타 면제↑
정근영 디자이너 |
당장 불똥이 튄 건 기획재정부다. 앞서 국회에 여러 차례 예타 면제 반대 의견을 전달했던 기재부 측은 “법이 통과된 이후엔 돌이킬 방법이 없다. 최근 들어 예타 면제 사업이 늘고 있어 국민 부담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실제 국회입법조사처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기준 조정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9년 전인 2015년 1조4000억원 규모였던 예타 면제사업 총 사업비는 2022년 17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면제 건수도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14건 수준이었지만 2018년 30건을 시작으로 2019년 47건, 2020년 31건, 2021년 31건, 2022년 26건을 기록했다. 특히 지금처럼 21대 총선(2020년 4월)을 앞둔 2019년에는 예타 면제 건수와 비용이 대폭 늘었다.
예타 면제 건 외에도 총선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쏟아지는 선심성 정책이 정부 재정에 짐을 지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5일 GTX 2기 구축을 포함한 교통 혁신 전략에 134조원을 투입하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재원은 국비로 30조원, 민간재원으로 75조원을 충당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도 내주 수도권 지상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지상철도 지하화를 통해 주거 활성화를 넘어 지역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취지로 약 40조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추정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이 남발되고 있다”라며 “특히 GTX 철도 사업의 경우 주요 재원 마련 창구가 민간쪽인데 정부가 발표한 일부 노선은 경제성이 떨어져 민간 유치 계획 자체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나중에 결국 국가 재정을 투입하게 되면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확한 사업성 평가가 기반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비용·이득 판단 없이 여야 모두가 정책을 남발하는 경향이 크다”라고 비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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