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은 '달빛철도 특별법'은 헌정사상 최다인 여야 의원 261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법안이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달빛철도는 대구(서대구), 경북(고령), 경남(합천·거창·함양), 전북(장수·남원·순창), 전남(담양), 광주(송정) 등 6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10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경유한다.
달빛고속철도는 대구의 옛 명칭인 '달구벌'과 광주의 순우리말인 '빛고을'의 첫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철도 건설 아이디어가 나온 뒤 20년이 흐르는 동안 사업 타당성이 부족한 탓에 번번이 좌절됐다.
하지만 4·10 총선을 앞두고 영호남 지역갈등 해소, 남부지역 발전 명분에다 2038년 아시안게임을 대구·광주가 공동으로 유치하겠다고 나서면서 여야의 이해관계에 맞아떨어졌다. 문제는 정치권의 선심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특별법으로 무력화하겠다는 것이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 500억원(국비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은 예타를 거쳐 착수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여야는 최소 6조원, 최대 11조원대 초대형 사업에 대해 결국 예타를 면제하고 말았다. 물론 복선고속철도를 명기한 조항을 수정하는 등 일부 여론 비판을 의식하는 '성의'는 보였다. 이날 법사위에서 기재부는 특별법으로 예타를 면제하면 국가재정법 체계를 무력화할 우려가 있고, 다른 사업과의 형평성도 해친다며 면제 조항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한경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은 "상생발전 취지는 공감하지만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의 신규 노선 44개 중 1개일 뿐"이라며 "예타를 거쳐도 그렇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기재부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예타를 마련한 취지는 국가 재정을 허투루 쓰지 말자는 것"이라면서도 "국가적으로 특별한 사업이나 영호남 화합을 위한 철도는 달리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부고속도로를 만들 때 많은 반대가 있었음에도 대한민국 산업화와 경제화의 척추를 만들었다는 데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며 "기재부에서 의원들 마음을 넓은 시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달빛철도 건설을 강력히 원했던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은 즉각 "의원들에게 감사한다"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서동철 기자 / 구정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