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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 사건은 재수사, 공수처 사건은 반송···검찰의 이중잣대[기자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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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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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은 매달 선정한 ‘형사부 우수 수사 사례’를 보도자료로 만들어 뿌린다. 주로 경찰이 미진하게 수사해 송치한 형사 사건을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하거나 전면 재수사해 범죄의 전모를 밝혔다는 내용이다. 대검이 지난 19일 배포한 ‘2023년 12월 형사부 우수 수사 사례’에도 경찰이 넘긴 성폭력 사건을 검찰이 재수사해 추가 범죄를 발견하고 공범들을 직접 구속한 사례가 담겼다.

검찰이 경찰의 부실한 수사를 바로잡고 추가 범죄를 발견하는 걸 문제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경찰 송치 사건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송부 사건에 대한 검찰의 이중잣대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2일 공수처가 공소제기를 요구(송부)한 ‘감사원 3급 간부 뇌물수수’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하지 않고 공수처에 돌려보냈다. 검찰은 “공수처의 법률적 지위와 성격”을 근거로 들며 “검찰이 아닌 공수처에서 추가 수사를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공수처 사건은 공수처 스스로 책임지라는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공수처의 공소제기 요구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해 처분했다. ‘반송’한 건 처음이었다.

검찰의 이송은 근거도 부족해 보인다. 검찰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 따라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사건을 이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규정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만들어진, 검사와 ‘사법경찰관’ 사이의 규정이다. ‘공수처 검사’에도 적용되는지 논란의 소지가 있다. 게다가 이 규정은 하위 법령(대통령령)에 불과하다. 공수처법은 ‘검찰이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해 공수처장에 통보해야 한다’고만 규정한다. 보완수사 요구 여부에 대해선 명시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검찰이 수십년간 독점해온 기소권을 나눠 가진 조직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3년간 검찰과 공수처 간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의 이번 조치를 두고 공수처 견제 목적 아니냐, 퇴임(20일)을 목전에 둔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에게 망신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1기 공수처’는 결국 성과 하나 내놓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검찰이 신생 기관인 공수처에 대해 우호적인 지원과 협력을 늘려야 ‘2기 공수처’는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겠는가.


☞ 항해 끝낸 ‘김진욱호 공수처’···검찰과의 전쟁 3년사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1191514001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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