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3년간 7703건 중 직접 기소 단 3건

유죄 판결 0, 구속 0 ‘빈손’

문재인 정부가 ‘검찰 견제’를 내걸고 2021년 출범시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첫 수장인 김진욱 처장이 19일 퇴임하면서 3년 임기를 마무리한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지난 3년간 6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받고도 사실상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7700여 건의 사건을 접수하고도 직접 기소한 것은 3건에 그쳤으며, 이 중에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게 하나도 없다. 구속 수사도 한 건도 하지 못했다.

그래픽=양인성

18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실이 공수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수처는 2021년 1월 21일 출범한 이후 지난해 11월 말까지 모두 7703건의 사건을 접수했다. 이 가운데 6960건(90.4%)가 고소·고발 사건으로 나타났다. 90% 이상을 고소·고발에 의존하는 것이다. 공수처가 고위 공직자 범죄를 자체 적발한 사례는 없었다.

공수처가 지난 3년간 직접 기소한 사건은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 수수 사건과 손준성 검사장의 ‘고발 사주 의혹’ 사건, 윤모 전 부산지검 검사의 수사 기록 위조 의혹 사건 등 3건뿐이다. 김형준 전 부장검사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윤 전 검사는 1심에서 무죄를 받고 2심이 진행 중이다. ‘고발 사주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있던 2020년 4월 본인과 처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유시민·최강욱 등 당시 여권 인사들을 고발해 달라며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검사장을 통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2022년 5월 자문 기구인 공소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에 따르지 않고 손 검사장을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고,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공수처는 지난 3년간 다섯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법원에서 ‘퇴짜’를 맞았다. 공수처는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현직 경찰 간부 김모 경무관에 대해 작년 8월과 12월 두 차례 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공수처는 손준성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두 차례 청구했지만 법원은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감사원 3급 간부에 대한 구속영장도 법원에서 기각됐다. 공수처는 이 감사원 간부에 대해 2년 가까이 수사한 뒤 작년 11월 검찰에 기소해 달라며 사건을 넘겼지만, 검찰은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에 증거 수집과 법리가 충분하지 않다’며 지난 12일 전산망을 통해 공수처로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공수처가 “돌려받지 않겠다”고 맞서면서 검찰은 이 사건 자료를 계속 보관 중이다.

공수처 검사들의 조직 이탈도 잇따랐다. 출범 당시 임용된 검사 13명 중 현재까지 11명이 임기(3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표를 냈다. 작년 11월에는 현직 부장검사가 공수처의 ‘정치 편향’ ‘인사 전횡’을 지적하는 글을 언론에 기고하자, 공수처가 감찰·고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공수처는 지난 3년간 연평균 200억원 수준의 예산을 받았다. 공수처는 출범 첫해인 2021년 232억1800만원, 2022년 197억7700만원, 지난해 176억8300만원의 예산을 받았다. 매년 예산 수십억 원이 불용되면서 예산 과다 편성 지적이 있었지만, 올해도 예산 206억8018만원을 배정받았다.

공수처는 당분간 수장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아직 차기 처장 후보군조차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추천위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0일까지 6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 후보군 2명을 확정하지 못했다. 당연직 추천위원인 법원행정처장 교체로 다음 회의 날짜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가 출범 이후 존재 의미를 증명하지도 못하면서 국민의 세금만 축낸 것”이라며 “수사기관의 성과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2기 공수처도 존폐 위기론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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