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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VIEW POINT] 마지막 브리핑조차 '빈손' 공수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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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스로 평가하는 건 별로 설득력이 없지 않을까."

오는 20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기자들과 만나는 마지막 자리에서 공과 과를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3년간의 임기 동안 '구속영장 발부 0건, 유죄 사건 0건'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둔 만큼 기자들은 김 처장에게 묻고 싶은 것이 산더미처럼 많았다. 그러나 첫 질문부터 그의 답변에는 알맹이가 없었다.

곧이어 김 처장은 "언론에선 공이 없다고 볼 것 같지만 그럴 리가 있겠냐"며 "공수처가 존재함으로써 정부 부처 등 다른 기관, 특히 수사기관들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생각해봐 달라"고 말했다. 다만 정확히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짚어주지는 않았다.

재차 같은 취지의 질문이 나오자 그제야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후임자들이 일할 수 있는 인적·물적·규범적·시스템적 기반을 마련하고 나간다"고 답했다. 3년 동안 공수처 인력들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줄줄이 빠져나가면서 존립 위기까지 불거진 점을 고려하면 기반이 실제로 마련됐는지 의문이 들었다. 부장검사가 김 처장을 작심 비판하며 내홍이 외부로 터져 나온 사건이 최근 발생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수사력 논란과 인력 이탈 문제 등을 꼬집는 질문이 나왔다. 김 처장은 "겸허히 비판을 받아들인다"면서도 "사실관계나 내부 사정을 잘 모르니까 오해가 많다. 나중에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고 맞받아쳤다. 공수처 내 문제를 사람 탓이 아닌 '구조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후임 처장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다가 비슷한 질문이 계속되자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독립성과 중립성"이라고 말했다. 정작 김 처장은 임기 내내 공수처 수사를 둘러싼 편향성 논란이 거듭되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법조계 안팎의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브리핑은 30분 내외로 짧게 끝났다. 기자들은 묻고 싶은 게 더 많았지만 김 처장은 질문을 10개도 받지 않고 브리핑을 끝냈다. 김 처장은 다음 행보를 묻는 마지막 질문에도 "제가 한번 여쭤보고 싶다. 어디로 가면 제일 논란이 없고 자연스럽겠냐"고 되물으며 떠났다. 기자들에게는 김 처장이 스스로에게 보내는 평가, 자성, 비판 등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한 '빈손' 브리핑이 돼버린 셈이다.

[최예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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