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기관 협력 어려워…입법적 노력 필요" 제안
20일 퇴임…"규범적·시스템적 기반 마련" 자평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58·사법연수원 21기)이 퇴임을 앞두고 미흡한 수사 성과란 일각의 지적에 대해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16일 오전 공수처 정례브리핑에서 "(수사력 논란·조직 내홍 등)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다만 사실관계나 내부 사정에 대한 오해가 많이 있다"고 했다.
그는 공수처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가 맡은) 사건 한 건 한 건이 민감하고 정치적 함의가 있다. 교통사고, 폭력, 절도가 50~60%를 차지하는 검찰청과 바로 대비할 수는 없다"며 "굉장한 중압감이 있고 수사 여건도 별로 좋지 않다. 그런 구조를 주목해 달라"고 언급했다.
2021년 1월 출범한 후 공수처가 직접 수사해 기소한 사건은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 수수 의혹 △손준성 검사장 고발 사주 의혹 △전 부산지검 검사 수사 기록 위조 의혹 사건 등 3건이다. 오는 31일 1심 판결을 앞둔 고발 사주 사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2건은 모두 2심까지 무죄가 선고됐다. 수사 과정에서 청구한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공수처가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한 사건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 교사 채용 비리 의혹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계엄 관련 문건 서명 강요 의혹 △김석준 전 부산시교육감 해직 교사 채용 비리 의혹 등 총 5건이다. 지난해 11월 공소 제기를 요구한 감사원 고위공무원 뇌물 수수 의혹 사건은 수사 불충분을 이유로 검찰에서 반송됐다. 이를 두고 두 기관 간 갈등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 처장은 불완전한 공수처법도 수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어떤 기관이 새로 생겼을 때 법으로 '협력하라'고 규정돼 있지 않는 한 임의적·자발적으로 (타 기관과) 협력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며 "그런 면에서는 입법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년 임기에 대해 김 처장은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후임자들이 일할 수 있는 인적·물적·규범적·시스템적 기반을 마련하고 나간다"고 자평했다. 2021년 1월 21일 취임한 김 처장은 3년 임기를 마치고 오는 20일 퇴임한다.
후임 하마평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차기 처장 후보로는 '공수처 폐지론자'이자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김태규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57·28기)이 거론되고 있다. 김 처장은 "제가 뭐라고 답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공수처의 우선순위는 독립성과 중립성이다. 후보추천위원회가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만 답했다.
남은 구성원에게는 "공수처가 25년 동안 만드느냐 마느냐로 논란이 됐다는 것은 공수처가 필요한 조직이라는 얘기"라며 "힘들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겠지만 흔들리지 말고 할 일을 하자.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당부했다.
아주경제=백소희 기자 shinebae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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