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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야 유망주 한 트럭인데 KIA는 왜 서건창을 영입했을까… 손해 보는 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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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해 리그에서 가장 주목할 팀으로 손꼽히는 KIA가 내야 선수층 보강에 성공했다. 2014년 KBO리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서건창(35)이 그 주인공이다. KIA가 세간에서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움직임을 보인 가운데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큰 손해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KIA는 보도자료를 내고 ‘내야수 서건창을 영입했다’고 15일 공식발표했다. 서건창은 2023년 시즌 뒤 자진 방출 형식으로 LG의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됐고, 최근까지 새 소속팀을 찾고 있었다. 내야 보강이 필요했던 KIA는 서건창의 몸 상태가 좋다는 것을 확인한 뒤 총액 1억2000만 원(연봉 5000만 원인센티브 총액 7000만 원)에 계약했다.

KIA는 서건창에 대해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08년 LG 트윈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하여 프로 생활을 시작한 서건창은 KBO 리그 13시즌 동안 통산 1256경기에 출전해 1365안타, 타율 0.297, 491타점, 813득점, 229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정규시즌 MVP에 등극한 2014 시즌에는 201안타를 기록하며 단일 시즌 최다 안타의 대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고 소개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KIA는 관계자는 “경험이 풍부한 서건창 선수가 팀 내 젊고 유망한 내야수들이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이번 영입을 결정했다”고 영입 배경에 대해 밝혔다. 이어서 “김선빈 선수와 함께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길 바라며, 고향팀에서 부활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내야 유망주 많은데… KIA는 왜 35세 서건창을 영입했을까

사실 이번 영입은 다소간 예상 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KIA는 팀의 내야 주전 라인업이 비교적 굳건한 편이다. 유격수에는 지난해 공수 모두에서 경력 최고의 시즌을 보낸 박찬호가 있다. 3루에는 팀 내 최고 유망주이자 향후 KBO리그를 이끌어갈 만한 걸출한 재능으로 뽑히는 김도영이 버틴다. 2루는 김선빈이라는 오랜 주전 선수가 있다. KIA에 지명된 뒤 2008년 1군에 데뷔한 김선빈은 자신의 모든 경력을 오롯이 KIA에만 바쳤다. 두 차례나 FA 계약을 했고, 최근 3년 총액 30억 원에 계약하며 두 번째 FA 자격 행사도 마쳤다.

즉, 내년에도 이변이 없는 이상 KIA의 주전 2루수는 김선빈이다. 다만 김선빈도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나이인 만큼 KIA도 장기적인 시선에서 내야를 바라볼 필요는 있었다. 김선빈이 지금 기량에서 버텨줄 때, 어린 선수들을 잘 키워 김선빈과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이룬다는 게 KIA의 계획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열렸던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의 화두도 자연스럽게 ‘내야 선수층 보강’에 맞춰졌다.

김종국 KIA 감독도 외부 보강이 없다는 전제 하에 젊은 선수들을 부지런히 활용해 1군 기용폭을 넓힐 뜻을 시사했다. KIA는 기존 김규성 홍종표 등 내야 백업 선수에 더해 박민 윤도현 정해원 등 다양한 자원들을 실험하며 가능성을 타진하겠다고 했다. 11월은 서건창이라는 매물이 시장에 나올 줄도 몰랐던 시기고, 설사 나온다고 해도 KIA의 이런 사정 때문에 영입 가능성은 미지수로 남았던 상황이다. 모든 팬들의 시선이 캔버라 호주 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민, 그리고 본격적으로 부상을 털고 일어서는 윤도현 등 어린 선수들에게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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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측면에서 30대 중반의 나이에 경력이 분명 내리막을 걷고 있는 서건창의 영입은 그간 KIA가 이야기했던 부분과 상충되는 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렇다면 KIA는 왜 서건창을 영입했을까. 일단 내야 선수층 보강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카드이자, 그렇게 위험부담이 크지 않은 카드라는 점에서 매력이 있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우선 KIA는 서건창의 몸 상태를 직접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건창의 고향은 광주고, 비시즌 운동도 광주에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가올 기회를 기다리며 철저하게 몸을 만들었고, KIA가 그 몸 상태에 굉장한 만족감과 기대감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비록 서건창이 최근 내리막을 걷고 있었다고는 해도 한 시즌 200안타를 치기도 했던 타격의 감각과 능력은 살아있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는 만큼 100%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의 반등을 기대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계약을 봐도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총 1억2000만 원 중 보장된 연봉은 5000만 원이다. 나머지 7000만 원은 인센티브다. 인센티브 충족 조건은 상당히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1군에서 준주전급으로는 뛰어야 충족이 가능한 수준이다. 인센티브를 따가면 그만큼 활약이 좋았다는 것으로 KIA는 손해가 아니다. 설사 활약이 저조하다고 해도 기본 연봉만 지불하면 된다.

서건창이 잘하면 당장 KIA 내야에는 큰 도움이 된다. 박민 윤도현 등 팀이 기대를 거는 젊은 야수들은 1군 풀타임 경험은커녕 1군 경험조차 얼마 되지 않는다. 가능성이야 큰 선수들이지만 당장 어떤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들어가 봐야 아는 것이다. 이럴 때 1군 경험이 많은 서건창이 김선빈과 함께 2루를 지켜줄 수 있다면 나름대로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서건창보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상이 더 좋다면 그것도 괜찮다. 그냥 젊은 선수들을 쭉 쓰면 된다. 서건창은 자연히 뒤로 밀리며 보험이 된다. 한편으로 서건창은 선수들의 멘토 임무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IA는 전통적으로 방출 선수들을 적시에 데려와 잘 써먹은 기억이 있다. 당장 현재 팀의 좌타 대타 옵션 1순위인 고종욱이 그렇다. 고종욱은 2021년 시즌을 끝으로 SSG에서 방출됐다. KIA는 고종욱의 타격 능력을 높게 여겨 테스트 끝에 영입했고, 고종욱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다. 2022년 62경기에서 타율 0.283, 지난해에는 114경기에서 타율 0.296을 기록했다. 대타로 나서 결정적인 순간 많은 활약을 했다. KIA는 서건창도 고종욱의 뒤를 따르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 사실상 마지막 기회, MVP는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서건창은 경력의 굴곡이 있는 선수다. 최악의 위치에서 시작해 최고의 자리에도 올라가봤고, 다시 내리막도 경험해 봤다. 그 과정에서 어느덧 35세의 선수가 됐다. 아직 리그에서 인정하는 선수라는 것이 이번 영입에서 드러났지만,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광주일고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서건창은 2008년 LG의 육성 선수로 입단해 꿈을 키웠다. 그러나 LG에서는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방출됐다. 포기하지 않은 서건창은 당시 손을 내민 히어로즈에 입단했고 악바리 같은 근성을 앞세워 큰 성공을 거뒀다. 2012년 127경기에 나가 타율 0.266으로 가능성을 내비치더니, 2014년에는 128경기에 모두 나가 타율 0.370, 201안타라는 대업을 세웠다. KBO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200안타 시즌이었다. 그 대업을 인정받아 2014년 시즌이 끝난 뒤에는 MVP까지 집어삼켰다. 육성선수 신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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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건창은 이후에도 꾸준히 3할을 치며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여기에 언제든지 도루도 성공할 수 있는 타자였다. 전형적인 1번 타자로 당시 넥센의 막강한 타선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하지만 2018년 큰 부상을 당한 뒤 그래프는 점차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2020년 135경기에서 타율0.277로 익숙했던 3할이 깨졌다.

우승에 목이 마른 LG는 당시 팀의 취약점이었던 2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선발이 필요했던 키움에 정찬헌을 주고, 대신 서건창을 받았다. 기량이 떨어지는 시점이었지만 여전히 정교한 콘택트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우승을 위한 승부수였다. 다만 이적 후 기대에 못 미쳤다. 2021년 144경기에서 타율 0.253에 그쳤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2022년 타율은 0.224까지 떨어졌다.

서건창을 넥센 시절 지도했던 염경엽 LG 감독은 부임 후 ‘서건창 살리기’에 나섰다. 개막전 선발 2루수로 기용하는 등 기를 살리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서건창의 부진이 이어지자 더 이상 그를 고집할 수 없었고, 신민재라는 깜짝 2루수가 등장하자 결국 자리를 잃었다. 서건창은 2023년 1군 44경기에서 타율 0.200이라는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수비도 더 이상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LG에서 자리를 잃은 서건창은 새 기회를 꿈꿨다. 재기를 위해서는 출전 기회가 필요한데 LG에서는 그 기회가 없다고 여겼다. 시즌 뒤 자진 방출을 요청한 이유다. 전 소속팀인 키움도 서건창 영입에 관심을 보였으나 서건창의 최종적인 선택은 고향팀 KIA였다.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를 잘 살리며 경력의 불씨를 다시 태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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