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3.1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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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오는 20일을 끝으로 임기를 마무리한다. 다만 후임자 임명이 늦어져 지도부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1기 공수처'에서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풀어야 하는 '2기'의 시작이 순탄치 않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처장은 오는 19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이임식을 진행하고 공식 업무를 마칠 예정이다.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장의 임기는 3년으로, 김 처장은 2021년 1월21일 임명됐다.
그의 퇴임 후 처장 공백은 기정사실이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최근 6차례 회의를 했음에도 대통령에 추천할 후보자 2명을 정하지 못했다. '공수처법'에 따라 처장은 대통령이 추천받은 후보 2명 중 1명을 지명한 뒤,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추천위는 판사 출신 오동운 변호사를 최종 후보 중 1명으로 선정한 뒤, 나머지를 지명하는 과정에서 합의를 못 이루고 있다. 당장 후보자가 추려져도 청문회까지 보통 1개월 이상이 걸린다.
김 처장이 퇴임할 경우 여운국 차장이 처장 대행을 맡는다. 하지만 여 차장 임기도 오는 28일까지다. 이후에는 김선규 수사1부장이 이끈다.
지도부 공석이 길어질 경우 '해병대 수사 외압' '감사원 표적 감사' 의혹 등에 관한 수사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수사력 개선, 다른 수사 기관과의 관계 정비 등 다른 과제 진행 속도도 더뎌질 전망이다.
수사·재판 성과를 내고 시스템을 정비해야 하는 2기 공수처에 시작부터 '먹구름'인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처장이 지휘한 1기 공수처가 수사력 논란으로 기관 존재 이유를 증명하지 못했으며 사건을 주고받아야 하는 다른 기관과 협력 관계를 다지지 못했다는 평이 많다.
공수처가 현재까지 직접 기소한 3건 가운데 2건이 무죄가 선고됐다.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지난 10일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전직 검사 수사기록 위조' 의혹 사건도 지난해 9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고발 사주' 사건의 경우 이달 말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공수처가 피의자 신병 확보를 위해 청구한 5번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고발 사주 사건과 관련해 의원실 등에 대해 진행된 압수수색이 위법하다며 낸 준항고가 인용된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당시 김 의원은 "공수처가 당사자나 대리인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채 집행해 위법하다"고 주장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최근에는 공수처와 검찰 간 갈등으로 수사 사건이 표류하게 됐다. 최근 공수처는 '감사원 고위 간부 뇌물' 의혹 사건 수사를 마무리했다며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했다. '공수처법'에 따라 공수처는 판·검사·고위 경찰 외에는 직접 기소할 수 없다. 사건을 검토한 검찰은 "증거수집·법리 검토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 공수처의 법률적 지위와 성격을 고려해 수사준칙에 근거해 이송했다"며 반송했다.
공수처는 수사준칙은 검찰과 사법경찰관 사이 적용되는 것으로, 헌법재판소 판례로 검사 지위를 인정받은 공수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이 자체 보강 수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일이라며 반송 사건 접수를 거부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될 경우 형사사건의 신속 처리라는 이념이 무의미해져 사건 관계인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한다.
정웅석 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헌재 결정을 보면 공수처가 기소권 없는 사건에서도 검사의 지위를 보장받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3년간 기관 간 협의로든 법 개정으로든 명확히 정해진 바 없어 생기는 문제"라고 했다. 또 "효과적 수사 진행을 위해서는 공수처 처·차장 중 1명은 부패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이 임명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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