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3급 간부 뇌물수수 의혹' 사건의 보완수사 책임을 두고 서울중앙지검과 공수처가 12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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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 보완수사 갈등…검·공 ‘사건 떠넘기기’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이준동)는 공수처가 지난해 11월 24일 공소제기를 요구한 감사원 3급 공무원의 뇌물수수 의혹을 돌려보내며 “현재까지 공수처 수사 결과만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에 증거 수집과 법리 검토가 충분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2만3000쪽에 달하는 수사 결과가 ‘구멍 일색’이라고 면박을 준 것이다.
앞서 공수처는 감사원 3급 간부 김모씨 등이 2013년 전기공사 업체를 차명설립해 약 7년간 하도급 계약 명목으로 15억원대 뇌물을 수수하고 이중 13억원 가량을 횡령한 정황을 수사해 검찰에 넘겼다. 2021년 10월 감사원 수사의뢰로 시작된 이 수사는 1년 9개월간 수차례의 압수수색과 관계자 119명에 대한 소환조사 등으로 장시간 복잡하게 전개됐다. 하지만 김씨에 대한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는 지난해 11월 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사실관계 다툼 등을 이유로 기각됐다.
공수처는 지난해 2월 '감사원 3급 간부 김모씨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를 개시해 약 2년간 119명을 소환조사했다. 하지만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지난해 11월 8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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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날 “검찰이 별도 수사하기보다는 공수처가 추가 수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증거와 법리에 대한 의견을 부기(附記)하여 사건을 다시 공수처에 이송했다”고 밝혔다. “구속영장이 기각되었음에도 별다른 보강수사 없이 검찰에 송부했다”고도 지적했다. 2년간 직접 수사를 해온 공수처가 이해도와 책임 양면에서 추가 수사를 맡아야 한다는 취지다.
공수처는 즉시 불쾌감을 드러내며 사건 접수를 거부했다. 공수처는 “검찰의 사건 이송은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조치”라며 “앞선 조희연·김석준 전 교육감 사건, 송영무 전 국방장관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사건 등처럼 검찰이 자체 보강수사를 거쳐 기소·불기소 처분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추가 지적에 대해서는 “영장 기각 후 공여자 등 소환조사 4회, 변호인 의견서 제출 기회 부여 등 보강수사를 완료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공수처에 사건을 돌려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기소를 요구한 5건 가운데 앞선 4건은 모두 검찰이 자체 수사를 통해 기소 여부를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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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 규정 전무…공수처법 또 공백 논란
두 기관의 핑퐁은 ‘법적 근거’를 두고도 이어졌다. 검찰은 “수사준칙(‘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 따라 검찰은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사건을 이송할 수 있고, 공수처 사건사무규칙도 다른 수사기관에서 이송받은 사건을 수리하도록 규정한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준칙은 검찰과 경찰에 대한 규정으로, 검찰과 공수처 사이에는 적용할 수 없다”며 검찰이 지나치게 확장적 해석을 했다고 맞받았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도 법적 근거를 갖춘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전무한 보완수사 규정으로 인한 검찰과 공수처 간 갈등이 가시화했다. 사진은 경기 과천 공수처 건물.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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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툼의 근원으로는 허술한 입법이 지적된다. 현행 공수처법은 보완수사에 대한 규정이 없다. 공수처법 26조는 ‘공수처 검사는 공소권이 없는 범죄에 대해서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서울중앙지검 검사에게 송부하고, 검사는 처장에게 해당 사건의 공소제기 여부를 신속하게 통보해야 한다’고만 밝히고 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이견을 조율할 방법이 공백인 것이다.
검찰과 경찰의 경우 형사소송법과 검찰사건사무규칙, 개정 수사준칙 등에 보완수사에 대한 상세한 규정이 마련돼 있다. 검찰은 경찰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은 검찰에게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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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없는 견제구도’ 기싸움 역효과
법조계에선 ‘예견된 갈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익명을 원한 변호사는 “검찰과 공수처는 서로 신뢰 없이 견제만 하는 구도가 된 지 오래”라며 “현행법 자체도 공수처의 수사 기록만을 토대로 사건을 파악해야 하는 검찰과, 검찰의 기소·불기소 처분에 토를 달 수 없는 공수처 양쪽의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공수처법의 해묵은 문제로 꼽혀온 ‘수사권과 기소권의 불일치’도 이번 사태로 또다시 표출됐다. 현행법상 공수처는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고위직 경찰공무원만 기소할 수 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지자체장, 일부 사정기관의 3급 이상 공무원 등은 공수처가 수사는 할 수 있지만 기소할 수 없는 대상이다. 이번 사건도 피의자가 감사원의 3급 공무원이어서 검찰로 사건이 넘어갔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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