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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감사원 간부 뇌물 사건’ 두고 검찰·공수처 충돌···“추가 수사해야” vs “법적 근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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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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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감사원 3급 간부 뇌물수수’ 사건을 추가 수사하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사건을 돌려보내자 공수처가 접수를 거부했다. 공수처법은 ‘검찰이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해 공수처장에 통보해야 한다’고만 규정해 검찰의 반송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이 공수처의 공소제기 요구 사건을 직접 보강 수사해 처분하지 않고 되돌려보낸 건 처음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은 12일 “공수처로부터 송부받은 ‘감사원 고위공무원의 뇌물수수 등 사건’ 관계 서류와 증거물 일체를 다시 공수처에 이송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수처는 감사원 3급 간부 김모씨 등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수사한 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를 요구했다. 감사원 3급 간부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지만 공수처의 기소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서울중앙지검 검사에게 사건을 송부하며 공소제기만 요구할 수 있다. 공수처의 기소 대상은 대법원장·대법관·검찰총장·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 등으로 제한돼 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형사5부(부장검사 이준동)에 배당해 증거관계와 법리를 검토한 결과 사실관계에 대한 증거 수집과 관련 법리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수처의 법률적 지위와 성격을 고려하면 검찰에서 혐의를 재검토하고 판단·결정하기보다는 공수처에서 추가 수사를 진행해 증거를 수집하거나 법리를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공수처가 추가 수사 결과를 다시 보내오면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공수처 검사를 일종의 ‘사법경찰관’으로 판단한 셈이다.

공수처는 반발했다. 공수처는 이날 입장을 내고 “검찰의 사건 이송은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조치”라며 “검찰이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을 통해 이송한 해당 사건을 접수하지 않고 반송 조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검사는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라 검사로서의 법적 지위가 확립돼 있다”며 “공수처법 제26조에 따라 사건을 수사한 뒤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하며 사건 수사기록과 증거물 등 일체를 검찰에 송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검찰은 자체 보강 수사를 거쳐 기소·불기소 처분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어떠한 사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조치를 한 검찰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감사원 3급 간부 뇌물수수 사건은 공수처가 2021년 1월 출범한 이후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한 다섯 번째 사건이다. 검찰은 앞서 공수처가 공소제기 요구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김석준 전 부산시교육감,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에서는 추가로 압수수색을 하고 관련자를 불러 조사하는 등 자체 보강 수사를 한 뒤 기소·불기소 처분을 했다. 공수처가 공소제기 요구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사건은 검찰이 수사 중이다.

공수처법 제26조는 공수처 검사가 기소할 수 없는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검사에게 송부해야 하고, 이를 송부받은 검사는 공소제기 여부를 공수처장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검찰이 사법경찰관에게 하듯 공수처에 보완 수사하라고 사건을 이송할 수 있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

검찰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18조에 따라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사건을 이송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수사준칙은 하위 법령(대통령령)에 불과하고, 공수처 검사를 ‘사법경찰관’으로 분류하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커 보인다. 근본적으로는 공수처법을 개정해 공수처와 다른 기관 간 관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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