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문성민. 사진 한국배구연맹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시즌 도중 선장을 잃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호는 빠르게 방향을 잡았다. 중심에는 베테랑 문성민(38)이 있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21일 최태웅(48) 감독과의 결별을 밝혔다. 2015년부터 무려 9년 동안 팀을 이끈 최 감독은 현대캐피탈 배구단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재임 기간 챔프전 우승 2회를 이끌었고, 국내에서 보기드문 스타일의 배구를 선보였다. 그러나 최근 몇 시즌 부진이 이어졌고, 결국 팀을 떠나게 됐다.
최 감독이 떠난 뒤 진순기 코치가 대행을 맡은 현대캐피탈은 재도약했다. 한국전력과의 2연전을 모두 승리한 데 이어 2023년 마지막 경기였던 우리카드전에서도 이겨 3연승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현대가 무너지지 않은 건 고참들 덕분이었다. 주장 문성민과 박상하(38), 최민호(36), 전광인(33) 등 고참들이 후배들을 독려했다. 특히 문성민은 진순기 대행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긴밀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분위기를 잡았다. 최고참임에도 3라운드부터는 주장직도 맡았다. 진순기 대행은 "고참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팀 미팅도 문성민 선수를 통해서 의견을 듣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긴 머리칼을 짧게 자른 문성민은 "최태웅 감독님이 떠난 첫 날은 많이 슬펐다. 감독님과 함께해 온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경기를 치러야 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2016~17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뒤 최태웅 감독을 업은 문성민. 프리랜서 김성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성민은 현대캐피탈을 상징하는 선수다. 2008년 현대캐피탈에 입단해 15년간 뛰며 영광과 고난을 함께 했다. 최근엔 코트를 밟는 시간이 짧아졌다. 올 시즌은 4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외국인 선수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등록명 아흐메드)가 문성민의 주포지션인 아포짓 스파이커로 영입돼 기회가 줄었다.
그러나 문성민은 묵묵히 기다리며 출전을 준비한다. 우리카드전에서도 네 세트 모두 원포인트서버로 나와 묵직한 대포알 서브를 날렸다. 서브에이스는 없었지만 8개의 서브를 범실 없이 넣어 연속 득점을 이끌어냈다. 꾸준한 몸 관리 덕분이다.
진순기 대행은 "최근 문성민의 컨디션이 좋다. 아흐메드가 좋지 않으면 성민이를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에 넣으려고 했다"고 했다. 문성민은 "항상 몸 상태는 좋다. 코트에 들어가는 시간이 길지 않다 보니 감독님이 서브를 준비하라고 했다. 그렇게 들어가는 상황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컨디션도 좋아서 자신 있게 때렸다"고 말했다.
최근 V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 중 한 명은 한국전력 임성진(24)이다. 수려한 외모에 기량까지 갖춰 문성민의 뒤를 이을 스타로 꼽힌다. "문성민 선배가 제일 잘생긴 것 같다"는 임성진의 말을 전해들은 문성민은 "내 생각엔 임성진이다. 물론 (현대캐피탈 연고지인)천안에서는 김명관인 것 같다"고 웃었다.
현대캐피탈 문성민. 사진 한국배구연맹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성민은 날개 공격수(아포짓·아웃사이드 히터) 중 가장 나이가 많다. 마지막을 생각할 시기도 다가왔다. 그러나 마음가짐은 한결같다. 문성민은 "크게 달라질 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배구계에선 현대캐피탈의 반등을 예상했다. 지난 시즌 준우승 멤버들이 대부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팀에 차출된 선수들이 컨디션을 찾는다면 치고 올라갈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실제로 연승을 달리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키웠다. 여전히 6위(7승 13패·승점 25)지만 3위 대한항공(11승 9패·승점 35)과 10점 차라 추격이 가능하다.
문성민은 "선수들이 처음 접해볼 수도 있는 어려운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하나로 잘 뭉쳐주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서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봄 배구에 대한 희망도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천안=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