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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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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출신 전성시대…안보실·국정원·중기부 수장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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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때와 판박이…외교부 중심의 국정운영
부처 간 의견 조율·집단사고 위험 과제로
노무현 '통일부 전성시대'·박근혜 '육사 전성시대'
한국일보

장호진 신임 국가안보실장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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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 임명했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외교부 1차관 경력),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외교부 2차관 경력) 후보자를 더하면 외교부 이외 부처 수장을 '직업 외교관' 출신이 장악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개혁대상으로 지목돼 곤욕을 치렀지만 현 정부에서는 가히 '외교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국가안보실·중기부·국정원 수장 모두 '외교부 출신'


윤 대통령의 남다른 신뢰와 문제의식이 인선 배경으로 꼽힌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외교관들이 일을 잘한다"며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고 한다. 우방국과의 공조를 중시하는 국제 정세관도 반영돼 있다. 윤 대통령은 외교부 출신 김규현 전 원장이 내분에 휩싸인 국정원 조직을 장악하는 데 실패하자 전격 경질했는데, 후임으로 다시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조태용 전 안보실장을 기용할 정도로 외교관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분야가 전혀 달라 전문성 부족이라는 우려가 작지 않은데도 중기부 장관에 오영주 전 외교부 2차관을 발탁한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외교안보라인, 대통령 국정운영 철학에 따라 구성 달라져


역대 정권에서 외교안보라인 요직은 중점 현안에 맞춰 특정 조직 출신이 부각되는 특성을 보였다. 남북관계 개선을 중시한 노무현 정부는 주로 통일부 출신 인사들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핵심 직위에 기용했다. 정동영·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국제공조를 중시한 이명박 정부는 윤 정부와 마찬가지로 외교부 출신 중에서도 '북미통'을 요직에 발탁했다. 조직기강과 위계질서를 중시한 박근혜 정부의 경우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김장수·김관진 안보실장, 남재준 국정원장 체제로 운영됐다.

'현상관리' 중시하는 외교관, 부처 조율·집단사고 대처 과제로



직업 외교관의 경우 시야가 넓고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맞춰 현상을 관리하는 데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국내 여론에 둔감한 데다 부처 간 업무 조율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단사고도 외교관 출신 인사에 편중된 윤석열 정부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외교통상부 출신 인사는 "관료 중심의 인사를 발탁하는 경우 '하지 말아야 할' 협상도 윗선 지시와 인식에 따라 '해야 하는 일'이라고 인식해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고려했을 때 안보실에 외교관들이 발탁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면이 있긴 하다"면서도 "부처의 특정 국이나 본부 출신 인사는 종합적인 안목으로 현안을 보지 못해 국가전략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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