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 중 ‘득점’ 부문은 사실상 ‘캡틴’ 손흥민(31·토트넘)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 2015년 EPL 무대에 진출한 손흥민은 2년 차인 2016∼2017시즌을 시작으로 이번 시즌까지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대기록을 쓰며 대표적인 ‘골잡이’로 자리 잡았다. 2021∼2022시즌엔 23골을 퍼부으며 아시아인 최초 EPL 득점왕이라는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EPL에 손흥민 외에 또 다른 한국인 골잡이가 탄생했다. ‘황소’ 황희찬(27·울버햄프턴)이 연말 리그 경기에서 멀티골 소식을 전하며 개인 첫 EPL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황희찬의 소속팀 울버햄프턴은 영국 브렌트퍼드의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EPL 19라운드 브렌트퍼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4-1로 승리했다. 리그 첫 연승에 성공한 울버햄프턴(승점 25·7승 4무 8패)은 11위에 올랐다.
황희찬은 이날 전반에만 두골을 퍼부으며 승리에 앞장섰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황희찬은 팀이 1-0으로 앞선 전반 14분 특유의 활동량을 바탕으로 전방 압박에 성공, 골키퍼로부터 공을 뺏고 빈 골대에 골을 집어넣었다. 브렌트퍼드가 이후 한 골을 만회하면서 이 골은 결승골이 됐다.
황희찬은 전반 28분 멀티골을 완성하며 격차를 두 골로 벌렸다. 골대 정면 페널티 지역에서 왼발로 한 번 접어 골키퍼를 속인 뒤 오른발로 마무리해 멀티골을 완성했다.
4경기 만에 득점 사냥에 나선 황희찬은 리그 9∼10호 골을 연달아 넣으며 개인 첫 EPL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 고지를 밟았다. 이로써 황희찬은 EPL에서 손흥민에 이어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두 번째 한국인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또 황희찬은 리그 득점 순위 공동 4위인 손흥민, 재러드 보언(웨스트햄·이상 11골)에 이은 단독 6위로 올라섰다. 2021∼2022시즌 EPL 데뷔 후 그는 3년 차에 팀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또 황희찬은 EPL 통산 18호골을 넣으며 2위 ‘레전드’ 박지성(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17골)과의 격차를 1골로 좁히며 한국인 통산 득점 3위에 올랐다. 1위는 손흥민(114골)이다.
이날 전반에 멀티골을 넣으며 맹활약한 황희찬은 전반 추가 시간 허리를 부여잡고 그라운드에 쓰러진 뒤 교체돼 나갔다. 내년 1월 열리는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두고 축구 팬들의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황희찬의 부상이 단순 근육 경련 정도로 아시안컵 출전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여 대표팀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황희찬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큰 부상은 아니다. 나는 괜찮다”며 “그저 다시 골을 넣어 행복할 뿐”이라고 기뻐했다.
올해 한국 유럽파들은 좋은 활약을 펼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토트넘의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도 리그에서 11골을 넣으며 클래스를 입증했고, ‘괴물 수비수’ 김민재(27)는 독일 ‘거함’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주전 자리를 꿰찼다. ‘축구 천재’ 이강인(22)도 프랑스 ‘1강’ 파리 생제르맹(PSG)로 이적해 좋은 활약을 보였다. 2024년 카타르 아시안컵으로 시작하는 한국 축구가 이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64년 만의 우승을 쓸지 주목된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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