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아웃사이드 히터 임성진. 의왕=김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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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 한국전력 임성진(24)의 별명은 '수원 왕자'다. 홈 구장 수원체육관에선 여성 팬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팔로워만 90만명을 거느린 그는 인기 못잖은 실력도 갖췄다.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지난 2라운드에선 생애 첫 MVP를 수상했다. 소속팀 한국전력도 초반 부진을 딛고 4위로 올라섰다. 알찬 한 해를 보낸 토끼띠 임성진을 의왕 연습체육관에서 만났다.
임성진은 성균관대 시절부터 화제의 선수였다. 잘생긴 얼굴과 모델처럼 멋진 몸매 덕분이었다. 청소년 대표로 활약할 만큼 기량도 좋았다. 3학년인 2020년 프로에 뛰어든 임성진은 전체 2순위로 한전 유니폼을 입었다. 곧바로 출전 기회를 얻었지만, 꽃을 피우기까진 시간이 걸렸다. 올해 들어 마침내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비시즌인 여름엔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임성진. 사진 대한민국배구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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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개막한 2023~24시즌에선 한 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탄력과 장신(1m95㎝)을 살린 공격은 물론 리시브와 수비도 좋아졌다. 득점(11위), 공격성공률(10위), 서브(9위), 수비(리시브 디그·5위) 등 전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국내 선수 중에선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기록이다. 내년 1월 열리는 올스타전 투표에서도 팀 선배 신영석에 이어 전체 2위에 올랐다.
임성진은 "쉴 틈 없이 정말 바빴다. 그런데 선수에겐 바쁘다는 게 좋은 것이지 않나. 의미있는 한 해를 보낸 것 같다"고 했다. 아웃사이드 히터로 여러 가지 역할을 맡아야 하는 임성진은 "특별히 개인기록에 욕심내진 않는다. 다 잘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후위공격 성공률이 68%나 되는 임성진은 "파이프(중앙후위)공격은 보통 원블로킹이다. 포인트를 확실히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세터 승우 형도 나를 믿고, 공을 올려준다"고 했다.
한국전력 아웃사이드 히터 임성진. 의왕=김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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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진과 절친한 동갑내기 친구 김지한(우리카드)은 '연패 기간 어떻게 버텼냐'고 묻기도 했다. 임성진은 "팀 상황이 안 좋았으니까 무조건 이기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했다. 개막 전부터 '한전이 잘 할 거다'란 평가를 받았는데 너무 잘 하려고 했는지 출발이 안 좋았다. 불안하고 힘들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좋아지고 있는 걸 느꼈고 덕분에 7연승까지 달린 것 같다"고 했다. 연승은 끝났지만 한전은 4위(8승 8패)까지 치고 올라가며 순위 싸움에 가세했다.
덕분에 임성진은 지난 2라운드에선 생애 첫 라운드 MVP까지 수상했다. 선배들의 성화에 MVP 상금을 받기도 전에 커피부터 돌린 임성진은 "그저 연승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사실 설레발이 될까봐 생각하지 않으려 했는데, 주변에서 '네가 받을 수 있다'고 하시더라. 나보다는 팀이 잘 해서 받은 거라 생각한다"고 웃었다.
한국전력 아웃사이드 히터 임성진. 의왕=김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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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진이 한 단계 올라선 건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 덕분이다. 임성진은 "지난해 체중이 82㎏이었다. 올 시즌 시작 전엔 86, 87㎏이었다. '살이 찐 건가' 싶었는데도 몸이 무겁게 느껴지진 않았다. 체지방률도 그대로 9%였다. (근육이 붙어)몸이 좀 더 커진 것 같다"고 했다. 또 "체력적으로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경기에 많이 나갔지만 외국인 선수만큼 때리진 않았다. 올해는 힘든 걸 느끼게 많이 때리고, 받고 싶다"고 했다.
제천산업고 시절 20만명이 넘었던 임성진의 팔로워는 어느덧 100만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태국, 일본, 대만 등 다른 나라 팬들도 임성진을 보기 위해 수원을 찾았다. 임성진은 "먼 한국까지 와서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배구 선수 중 외모 순위를 묻자 "문성민(현대캐피탈) 선배는 진짜 '인정'이다. 잘 생긴 사람이 많긴 한데…"라며 조심스럽게 본인을 2위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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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진은 성격유형검사(MBTI)에서 내향적인 편인 'I'형이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도 "성진이는 내성적이라 질책보다는 칭찬을 많이 한다"고 했다. 쉬는 날에는 하루 12시간까지 자고, 배달 음식을 지켜먹으며 하루 종일 집에서 지내는 '집돌이'다.
임성진은 스스로 성격을 바꿔보려 했다. 그는 "운동선수로서는 외향적인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노력했다. 일부러 득점이 날 때 동작을 크게 하려고 한다"고 했다. 특히 한국전력에서 함께 뛰기도 했던 친구 김지한과 서로 서브를 주고받을 땐 멋진 퍼포먼스를 주고받았다. 임성진은 "일부러 지한이에게 때린 건 아니지만, 그 코스로 서브를 넣어야 했다. 그런데 희열과 재미를 느꼈다. 팬들도 좋아해주시니까 더 잘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고 했다.
1999년생 친구인 한국전력 임성진(왼쪽)과 우리카드 김지한. 사진 한국배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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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아웃사이드 히터 임성진. 사진 한국배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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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진은 "우연히 '생각이 길면 용기는 사라진다'는 말을 알게 됐다. 경기 중에 생각이 많을 때가 있는데, 그러면 결과가 나쁠 때가 많다. 빠르고 예민한 배구의 특징까지 생각하면 내게 맞는 말처럼 느껴졌다. 좀 더 과감하게 플레이하려 한다"고 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리시브가 좋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성진은 "4년차다. 경험이 쌓이면서 코트 안에서 여유가 생겼다. 예전보다 거침없이, 때로는 무식하게 보일 정도로 하는 게 좋을 때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임성진이 성장한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 3위에 올랐다. 올 시즌엔 아시아쿼터로 이가 료헤이(일본)를 영입하면서 전력이 더 탄탄해졌다. 임성진도, 한국전력도 이제는 '첫 우승'을 바라본다. 임성진은 "멀리 보지 않고 다음 경기만 이긴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가면우승에 가까이 가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의왕=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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