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부동의 토종 에이스인 정지석이 허리부상으로 2023~2024시즌 개막전부터 출전하지 못했지만, 에스페호에겐 주전 자리가 오지 않았다. 3년차 아웃사이드 히터로 기량이 급성장한 정한용과 베테랑인 곽승석이 주전으로 활약했기 때문. 에스페호는 원포인트 서버나 교체로만 간간이 뛸 기회를 부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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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최근 3연패에 빠지자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13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2023~2024 V리그 3라운드 원정경기에 에스페호 선발 카드를 내밀었다. 시즌 초부터 맹활약해준 정한용이 최근 부진에 빠진 데다 부상에서 복귀한 정지석도 아직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에스페호에겐 지난 10월28일 KB손해보험전 이후 두 번째 선발 출장 기회. 첫 선발 출장에선 8득점에 그치며 그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에스페호는 경기 내내 빠른 스피드와 강한 파워를 앞세운 고공강타로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22점)과 팀 공격을 이끌었다.
에스페호 활약의 ‘백미’는 최고 시속 120km에 달하는 대포알 서브였다. 양팀이 세트 스코어 1-1로 팽팽히 맞선 3세트. 3-1로 앞선 상황에서 서브에 나선 에스페호는 7개 연속 서브를 넣었다. 7개 중 서브득점은 2개. 나머지 5개 서브는 한국전력 리시브를 대폭 흔들었고, 그틈을 타 대한항공은 연거푸 득점에 성공했다. 에스페호의 여덟 번째 서브가 네트에 걸렸을 때 스코어는 10-2로 이미 3세트 승부가 갈린 상태였다. 에스페호는 이날 서브득점 4개 포함 19점(공격 성공률 55.56%)을 올리며 왜 자신이 필리핀 남자배구의 아이콘인지를 유감없이 뽐냈다.
대한항공은 4세트도 접전 끝에 잡아내며 세트 스코어 3-1(16-25 25-23 25-14 25-23)로 승리하며 최근 3연패에서 탈출했다. 승점 3을 보탠 대한항공은 승점 28(9승6패)로 삼성화재(승점 25, 10승5패)를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섰다. 반면 파죽의 7연승을 달리던 한국전력은 대한항공에 덜미를 잡히며 상승세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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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뒤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에스페호는 “오늘 출전 기회를 얻어서 내가 가진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분 좋다. 이겨서 더 기분 좋다“면서 “대한항공에 좋은 아웃사이드 히터가 많다는 것은 알고 왔다. 건강한 경쟁이다. 토미 감독님의 시스템을 믿고 열심히 연습해왔다. 그런 나를 오늘 기용해줬고,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벤치에 있다가 서브를 때리러 들어가면 세게 때리기 힘든데, 오늘은 스타팅으로 뛰다보니 서브가 강하게 들어갔다. 훈련 때는 되는데, 왜 경기 때는 안 될까라고 고민했는데, 오늘은 다행이 결과가 좋았다”라면서 “대한항공은 디펜딩챔피언이라 부담감이 많다. 최대한 즐기면서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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