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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카카오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사업 총괄을 맡는 정 대표를 단독 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 정 내정자는 2024년 3월로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된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불과 이틀 전인 지난 11일 임직원들과의 간담회(브라이언톡)에서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우겠다”라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특히 카카오는 회사 설립 이래 줄곧 남성 대표 체제만 택했던 만큼, 여성 단독 대표는 파격적인 행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지난 2015년 35세였던 임지훈 당시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 대표로 선임하기도 했으나, 여성 단독 대표 체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BCG·네이버 거쳐 카카오 몸담은 지 10년차…IT 생태계 전문가
카카오는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정 내정자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기업 성장 단계에 따른 갈등과 어려움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들었다.
정 내정자는 보스턴 컨설팅그룹 컨설턴트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eBay APAC HQ) 전략 매니저, 네이버 수석부장을 거쳐 지난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상무· 파트너로 합류했다. 이어 지난 2018년부터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맡아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선행 기술·모바일 플랫폼·게임·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 IT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했다.
실제 정 내정자는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한 후, IT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을 발굴해 꾸준한 지원을 이어가는 역할에 주력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바로 온라인 중고거래 앱 ‘당근(옛 당근마켓)’이다. 당근은 설립된 해인 지난 2016년 첫 기관 투자(시리즈A)로 13억원을 유치했는데, 당시 카카오벤처스가 공동 투자를 주도했다. 카카오벤처스와 캡스톤스파트너스가 각 5억원, 스트롱벤처스가 3억원을 당근에 투입했다.
이후에도 카카오벤처스는 당근이 성장 궤도에 오를 때까지 자금 투자를 비롯해 다방면으로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 번 패밀리는 끝까지 같이 간다’는 기조하에 카카오벤처스는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도 당근의 시리즈B·C 투자에도 동참한 바 있다.
카카오는 정 내정자가 “10여 년간 VC 분야에서 성공 경험을 쌓으며 스타트업 창업부터 성장, 유니콘까지 각 성장 단계에 대한 분석 및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웠다”며 “커머스와 광고 등 다양한 카카오 사업과 서비스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정 내정자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우호적인 편이다. 대표직을 맡고 있지만, 평소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할 정도로 소탈한 성격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한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정 내정자와)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울 정도로 내부에선 ‘최고의 리더’라는 말이 많았다”며 “구성원 의견을 허투루 듣지 않고, 진심으로 경청하며 같이 고민해 준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 내정자는 카카오 사법리스크가 본격적으로 점화하기 시작한 올해 상반기부터 점차 사내 영향력을 넓힌 인물이다. 지난 3월 카카오 기타비상무이사에 합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9월부터 역할을 확대해 카카오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옛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 내 사업 부문 총괄을 담당하게 됐다. 또한 김범수 위원장이 지휘봉을 잡은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서 쇄신 방향성 논의에 참여 중이다.
◆위기 순간, 창업자 김범수는 왜 차기 사령탑으로 정신아 택했나
김 위원장은 이날 사내 공지문을 통해 “경영쇄신위원회 주관으로 CEO 인사 테이블에서 홍은택 카카오 대표와 다양한 분들 의견을 들으며 중지를 모았고 이사회 내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검증을 거쳤다”며 정 내정자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10여 년간 카카오벤처스 성장을 이끌어온 정 내정자는 커머스, 핀테크, AI 등 기술 중심 투자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다양한 분야 경험을 축적해 왔다”며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 내실을 다지면서도 AI 중심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또한 함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임직원 간담회에서도 AI를 전면에 내세운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바 있다. 현장에서 김 위원장은 ‘필요할 경우 임직원 절반을 AI에 투입하겠다’는 비유까지 하는가 하면, 우수 AI 아이디어를 낸 임직원엔 크게 포상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내정자가 김 위원장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사람’을 믿는다는 공통점에 있다. 김 위원장은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까지 한 몸에 받을 정도로 ‘김범수 사단’으로 불리는 측근 중심 경영을 지속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카카오에 독이 됐지만, 사업에 있어 어떤 학력이나 커리어,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근본적인 관점엔 정 내정자도 깊이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 내정자는 인터뷰 등 공식 석상에서 ‘사람이 벤처투자의 전부’라고 말할 정도로 김 위원장 경영 철학과 상당 부분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내정자는 공식 취임하기 이전이지만 향후 쇄신TF(태스크포스)장을 맡아 카카오의 실질적인 쇄신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세부 과제들을 챙길 예정이다. 김 위원장이 예고한 대로 ▲계열사들의 자율경영 체제를 그룹 차원 책임 경영 체제로 변화 ▲기존 확장 중심 경영 전략 원점에서 재검토 및 재편 ▲기업 문화 대대적 수술 ▲AI 등 미래 핵심 사업 분야 집중 등 쉽지 않은 과제들을 떠안게 됐다.
한편,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서비스 ‘먹통’ 사태로 남궁훈 당시 각자대표가 사임하면서, 홍은택 단독 대표 체제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1년여 만에 홍은택 대표도 자리에서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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