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1호 인지수사…5번째 구속영장 기각
법원 "알선 뇌물수수 명목 관련성 불명확해"
수사 무마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김모 경무관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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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원대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현직 경무관이 7일 또 구속을 면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앞서 구속영장 기각 후 보강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청구했지만, 재차 법원의 기각 판단을 받아 체면을 구겼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유창훈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금품수수 사실은 대부분 소명된 것으로 보이나, 해당 금품이 주된 혐의인 알선 명목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관련 법리 등에 의할 때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이는 점에 비춰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긴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중소기업으로부터 수사 무마 등을 대가로 법인카드로 약 8,000만~9,000만 원을 사용하고 현금 3억여 원을 수수한 혐의를 적용했다. 김 경무관이 공여자 측과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김 경무관은 "가족 사업을 위해 빌린 돈일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올해 2월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수사를 본격화했다. 7월에는 김 경무관을 상대로 첫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후 4개월여 만에 영장을 재청구했지만 재차 기각됐다. 보강수사를 거쳐 처음 청구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와 비슷한 이유로 김 경무관 구속에 실패했다.
앞서도 법원은 "김 경무관이 고액의 경제적 이익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되고, 고위 간부인 김 경무관이 향후 사건을 담당할 경찰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상당 부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알선 뇌물수수죄가 성립하려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 관련 알선에 대한 뇌물수수 명목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이 지난해 6월 이상영 전 대우산업개발 회장으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3억 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실제 1억2,000만 원을 수수한 정황을 인지해 수사에 착수했다. 다만 해당 건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구속영장 범죄사실엔 포함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공수처의 '1호 인지 수사'다. 공수처 출범 이후 5번째 구속영장 청구였으나 이번까지 전부 기각됐다. 공수처는 지난달 28일 한재준 전 대우산업개발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한편, 검찰이 구속한 이 전 회장 등의 소환조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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