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무마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A 경무관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A 경무관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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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억 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경찰 간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또 기각됐다. 공수처에서 공직자 범죄를 수사한 뒤 청구한 구속영장이 다섯 번 연속 기각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7일 A 경무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공수처는 지난 7월 31일에도 A 경무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보강 수사를 거쳐 4개월 만에 영장을 재청구했는데 다시 기각된 것이다.
유 부장판사는 “A 경무관의 금품 수수 사실은 대부분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해당 금품이 (A 경무관의) 주된 혐의인 알선 명목의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피의자의 인신을 구속할 만큼 혐의가 법리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A 경무관은 수사 관련 민원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한 중소기업으로부터 수억 원대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A 경무관은 또 작년 상반기 강원경찰청에 근무하며 대우산업개발 고위 임원진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3억원의 뇌물을 약속받고 이중 1억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A 경무관 사건을 포함해 공수처가 2021년 1월 출범한 이후 청구한 다섯 차례의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공수처는 손준성 검사장(고발사주 의혹)과 A 경무관(뇌물 수수) 사건에 대해 각각 두 차례, 감사원 간부(뇌물 수수)에 대해 한차례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은 지난달 10일 다섯 번째 구속영장 청구를 신중하게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언론에 노출되기도 했다. 여 차장은 김 처장에게 ‘5번째 영장은 처장님 말씀하신 대로 시기를 신중하게 고려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김 처장은 ‘윤재남 이민수 1패(敗)씩으로 그래도 유 부장만 피하면 두 사람은 등등 같습니다. 이번에 결과 보니요’라고 답장했다. 특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지목하면서 해당 판사를 피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는 취지의 대화로 해석됐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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