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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위기의 공수처…극한 내홍에 처장 구인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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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검사, 지도부 정치편향·인사전횡 비판

공수처장, 감찰 및 고소 강경대응…내부갈등↑

차기 공수처장 '가시밭길' 예약…후보 9명뿐

법조계 "수사전문성 갖춘 檢출신 배제 말아야"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장 교체를 앞둔 가운데 부장검사가 지휘부를 직격하는 글을 언론에 기고하고 이에 공수처장이 감찰을 지시하는 등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차기 공수처장 인선도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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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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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진욱 공수처장은 공수처 검사 윤리강령 제21조 위반을 이유로 김명석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해당 강령은 검사가 직무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 의견을 기고할 때는 처장에게 미리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김 부장검사를 명예훼손 및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타 수사기관에 고소하기로 했다. 여 차장은 “불명확한 타인의 전언이나 근거 없는 내용을 사실확인도 없이 주장해 기관의 명예를 훼손하고 구성원의 사기를 떨어뜨렸다”며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법률신문 기고문에서 “지금까지 소회를 말하자면 정치적 편향과 인사의 전횡이란 두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며 공수처를 작심 비판했다. 그는 여 차장이 수사 경험이 없는 어린 검사에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배당하면서 무혐의 결론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예측할 수 없는 인사가 수시로 나는 탓에 팀워크가 훼손되고 분란이 반복된다고 지적하면서 “코미디 같은 일들이 마구 일어나는데, 방향을 잡아줘야 할 처장과 차장도 경험이 없으니 잘하는 건 줄 안다”고 지휘부를 직격했다.

이를 놓고 법조계는 리더십 부재에 대한 쌓여 있던 불만이 분출됐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는 올해 총 1470건의 사건을 접수했지만, 자체적으로 재판에 넘긴 사건은 한 건도 없다. 기관 출범 이후 청구한 체포영장 5건과 구속영장 4건은 모두 기각됐고, 청구한 압수수색영장도 161건 중에 40건이 기각되면서 수사력 부족 논란과 함께 존폐론에 시달렸다. 이밖에 ‘이성윤 황제조사’ ‘검사 줄사퇴’ ‘민간인 사찰’ ‘처장 말실수’ 등 크고 작은 논란도 잇따랐다.

이에 공수처 안팎에서는 수사 전문성과 기관장 경력이 없는 판사 출신 지휘부를 교체해야 한다는 진단이 잇따랐지만, 김 처장은 이를 ‘정치적 공세’라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5월 공수처를 떠난 김성문 전 부장검사는 “내부의 비판을 외면하는 조직은 건강한 조직이 아니다”며 지도부의 안이한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가시밭길 예약된 차기 공수처장…후보명단 최대정원 절반도 못 채워

결국 공수처가 출범 3년째 존폐론, 수사력 논란을 떨쳐내지 못하고 내홍까지 격화하면서 후임 처장 인선도 순탄치 않은 모양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규정상 최대 21명의 후보를 추천할 수 있지만 이번에 실제 취합된 추천 인원은 9명에 그쳤다. 차기 공수처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만큼 부담을 느낀 당사자들이 후보 제안을 고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달 국회에서 김 처장과 여 차장이 후임 공수처장 추천을 상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 메시지가 포착된 가운데, 여 차장은 “강경구, 호제훈은 저랑 친한데 수락 가능성이 제로다, 강영수 원장님도 수락할 것 같지 않다”고 언급했다. 해당 인물들은 모두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송곳검증’이 예고돼 있다. 여당은 판사 출신인 김 처장 체제에서 공수처가 제 기능을 못 했다고 지적하며 검찰 출신 후보자를 밀어줄 전망이다. 반대로 야당은 공수처의 본 역할이 검찰 견제라는 점을 들어 비(非)검찰 출신 후보자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초대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맡았던 이헌 변호사는 “원론적으로는 조직 설립 취지를 들어 비검찰 출신을 임명하자고 할 수 있으나, 수사 경험이 없는 지휘부 때문에 공수처가 작금의 상황에 처한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검증이 잘 이뤄진다면 수사 전문성을 갖춘 검찰 출신 인사를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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