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히 잘 들리던 귀가 갑자기 먹먹해지고 삐 소리 같은 이명이 들리면 피로 탓일까. 이런 증상은 귀 응급 질환인 ‘돌발성 난청’ 신호일 수 있다. 환자 3분의 1에서 영구적 청력 손실로 이어지는 병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권기진 교수는 “계절상 겨울에 돌발성 난청 환자가 증가하는데 상기도 감염으로 인한 염증과 미세혈관 수축, 연말 잦은 모임으로 인한 피로와 수면 부족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시기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귀는 예민한 기관이다. 돌발성 난청을 일으키는 귀 가장 깊은 곳(내이)의 신경 문제는 염증과 혈류 장애, 압력 변화 등과 관련 있다. 귀는 감기 같은 감염 질환에 걸리면 이차적으로 염증이 잘 발생하는 부위다. 내이의 신경 조직을 둘러싼 혈관은 미세해서 염증·과로와 소음 노출 등 스트레스 환경으로 인해 혈행 장애가 나타나기 쉽다. 갑작스러운 큰소리는 내이의 달팽이관(청각)과 전정기관(평형감각) 부위에 순간적으로 심한 압력을 가해 청력 손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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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력 손실 위험, 골든타임 일주일
돌발성 난청 환자는 주로 아침에 예고 없이 나타난 청력 저하·이명·어지럼증을 호소한다. 대화가 힘들어지면서 되묻는 상황이 많아진다. 권 교수는 “갑자기 못 들으면 소리를 인식하는 체계에 변화가 나타나 이명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내이의 전정 신경이 영향을 받으면 균형을 잡아주는 기능에 영향을 미쳐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응급 질환인 돌발성 난청의 치료 골든타임은 일주일 정도다. 권 교수는 “병의 경과가 좋지 않은 환자는 난청 정도가 심하거나 치료 시기가 늦은 경우다. 일주일 이내 치료 받으면 70% 이상 회복되나 이 시기를 넘기면 치료 확률은 20% 미만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평소 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면 돌발성 난청이 발생했을 때 영구적인 청력 손실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돌발성 난청 증상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바로 검사할 것을 권한다. 소아와 고령층에서도 치료 확률이 떨어지므로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 권 교수는 “치료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는 증상을 느끼고 불편함이 있음에도 좋아지겠지 하고 참고 참다 병원을 찾는 환자다. 자연 치료율이 높지 않은 질병이므로 신속히 조치해야 청력 장애가 남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며 “귀는 양측으로 들어야 청력에 10dB 정도 이득이 있다. 한쪽을 못 들으면 다른 쪽 귀도 평상시만큼은 못 듣게 된다”고 조언했다.
돌발성 난청 치료에는 강력한 항염증제인 스테로이드를 기본으로 한다. 염증 완화를 목적으로 먹는 약이나 주사 치료를 받는다. 치료 후에도 회복이 잘 안 될 정도로 청력 손상이 심각하면 일부에서는 보청기 등을 활용한 청각 재활을 고려해볼 수 있다. 소리 자극을 못 듣는 것이 인지 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돌발성 난청 예방·관리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은 기저 질환 관리다. 당뇨병·고지혈증·신부전·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있으면 돌발성 난청 위험이 커진다. 혈액순환과 노폐물 배출 기능을 떨어뜨리는 질병들이다. 권 교수는 “귀 쪽 혈관은 미세해 혈관 관리를 잘해야 한다. 또 심장·신장 기능이 안 좋아 노폐물 배출이 원활하지 않으면 달팽이관·청신경·전정기관 손상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기저 질환을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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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고혈압 등 엄격히 관리해야
평소에는 귀의 피로도를 낮추는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청력 보호를 위해 휴대용 음향기기 사용 시 최대 음량의 60% 이하로 하루 60분 이내 사용을 권한다. 이어폰·헤드폰을 장시간 사용해야 하면 1시간 사용 후 5분은 휴식한다. 노래방 등 100dB 이상의 소음 환경에 15분 이상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청력 손상 위험이 있다. 이 같은 소음 환경에 장시간 있었다면 2~3일은 조용한 환경에서 귀를 쉬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기적 청력 검사로 자신의 귀 상태를 알아두는 것도 도움된다. 술·담배·커피와 짠 음식은 귀 신경을 자극하고 혈관 수축에 영향을 미치므로 줄이는 게 좋다.
■ 돌발성 난청
▶ 증상
청력 저하
이명·어지럼증
귀 먹먹함
▶ 예방·관리
당뇨병·고혈압 엄격히 조절
이어폰 1시간 사용 5분 휴식
증상 나타나면 7일 내 치료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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