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홍보 영상에 등장한 ‘남성 혐오 논란 손가락’… 업계 “사과, 진상 조사”

스튜디오 뿌리 측은 26일 오후 4시 넘어 뒤늦게 올린 사과문./스튜디오 뿌리 X

메이플스토리, 블루 아카이브, 던전앤파이터, 카운터사이드, 에픽세븐, 원신, 붕괴3rd 등 주요 게임의 홍보 영상을 제작해 온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가 만든 게임 영상에 대한 남성 혐오 논란이 불거졌다. 게임사들은 사과와 함께 사태 조사에 나섰다. 스튜디오 뿌리 측은 뒤늦게 사과문을 올렸지만,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스튜디오 뿌리’가 만든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애니메이션 홍보영상 등에는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서 쓰이던 남성 혐오 손 모양으로 의심되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손 모양의 제스처는 한국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조롱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제작자가 의도적으로 남성 혐오 메시지를 넣었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네티즌들은 “게임 이용자층이 자라나는 청소년을 포함하는 대다수 미래세 대인 것을 감안할 때 혐오 사상을 주입하는 행위는 청소년에게는 정서적 학대, 사회적으로는 남녀갈등 조장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로 결론지어진다”는 등의 주장이 이어졌다.

스튜디오 뿌리는 현재 논란이 된 영상들을 비공개 처리했다. 스튜디오 뿌리 홈페이지는 이용자 트래픽이 몰리며 접속이 되지 않고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본 사이트는 일일 전송량 초과로 인해 차단됐다”고 안내문이 뜬다.

논란이 커지자 메이플스토리 제작사인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게시판에 ‘엔젤릭버스터 홍보물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사과드립니다’는 글을 올렸다. 넥슨 측은 “많은 용사님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홍보물은 더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최대한 빠르게 논란이 된 부분들을 상세히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했다. 넥슨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애니메이션 홍보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넥슨이 배급 중인 던전앤파이터의 이원만 총괄 디렉터도 홈페이지에 ‘문제 되는 애니메이션에 대해 말씀드립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일부 애니메이션에서 부적절한 표현이 확인돼 전반적인 원인 파악을 진행하고 있다”며 “불쾌한 감정을 주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문제가 된 범위가 넓을 수 있기 때문에 빠짐없이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넥슨게임즈가 제작한 블루 아카이브는 김용하 총괄PD도 “블루 아카이브 영상 홍보물 중 일부 부적절한 표현이 포함된 점을 확인했다”며 “많은 사용자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먼저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는 영상들에 대해서는 진위 확인과 빠른 조치를 위한 비공개 처리가 완료됐다”고 했다.

같은 제작사에 영상 외주를 맡긴 다른 게임 제작진도 사태 파악에 나섰다.

카카오게임즈도 이터널 리턴 게시판에 “사전 검토가 미흡해 이용자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논란이 있는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를 포함해 모든 저작물에 대해서도 전수 조사를 단행하기로 했다”고 했다. 스마일게이트의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에픽세븐을 만든 김윤하 PD도 “일부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 조사 중”이라 했다.

스튜디오 뿌리 측은 26일 오후 4시 넘어 뒤늦게 사과문을 올렸다. 스튜디오 뿌리 측은 “게임을 즐기는 유저와 스튜디오 뿌리를 믿고 일을 맡겨준 업체들, 이 사태를 지켜보는 많은 분께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이유를 막론하고 지적받은 그림들로 불쾌감을 느끼게 해드려 잘못을 통감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이어 “(논란이 된 영상을 제작한) 스태프가 작업한 컷을 각 게임사에 전달드리고 후속 조치를 위해 대기 중”이라 했다.

다만, 스튜디오 뿌리 측은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손동작이 우리가 작업한 영상 곳곳에 들어갔다는 의혹이 있지만, 이는 동작과 동작 사이에 이어지는 것으로 들어간 것이지 의도하고 넣은 동작이 절대 아니다”며 “원청사에서 괜찮다면 의혹이 있는 장면들을 책임지고 수정할 것”이라 설명했다.

안상희 기자(hu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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