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섭 검사 의혹, 공수처 놔두고 왜 검찰이 수사할까

4월20일 이정섭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특판 가구 입찰 담합’ 수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전 수원지검 2차장)의 각종 비위 의혹을 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검찰보다 수사에 소극적인 것은 공수처법의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지난 20일 이 검사가 주민등록법·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고발된 사건과 관련해 강원 춘천시 소재 리조트와 이 검사 처가 소유로 알려진 경기 용인시 소재 골프장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18일 더불어민주당이 이 검사를 검찰에 고발한 다음날 대검찰청이 사건을 배당한 데 이어 한 달만에 강제수사로 전환한 것이다.

이 검사는 처남이 운영하는 골프장을 선후배 검사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예약을 도와준 의혹, 처남 골프장 직원 등의 범죄기록을 조회해준 의혹, 코로나19로 모임 제한이 있던 시기에 스키장 리조트에서 대기업 부회장으로부터 부적절한 접대를 받은 의혹, 자녀의 초등학교 진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의혹 등을 받는다.

지난 10일 민주당으로부터 이 검사 고발장을 추가 접수한 공수처도 최근 특별수사본부(부장검사 이대환)에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를 개시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이미 강제수사에 돌입한 점, 공수처법상 공수처가 검사를 수사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인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고발한 혐의(주민등록법·청탁금지법 위반, 형법 등) 중 범죄기록 조회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만 공수처 수사 범위에 해당한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를 막기 위해 출범한 공수처가 법적 한계로 인해 설립 취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가 공수처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검찰처럼 ‘관련 범죄’로 수사를 확대해 이 검사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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