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프로배구 V리그

‘전매특허인 수비는 물론 공격도 척척’ IBK기업은행 황민경의 쿨함 “고연봉 준다는 데 안 받을 수 없죠. 저는 열심히 할 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16년차 아웃사이드 히터 황민경(33)은 지난 봄 네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2017년부터 뛴 현대건설에서 주장까지 맡고 있던 그였기에 잔류가 예상됐지만, IBK기업은행으로의 전격 이적을 택했다. 현대건설이 V리그에서 첫 FA 자격을 얻은 김연경과의 계약에 치중했고, 그 사이 IBK기업은행이 황민경과 연락을 취해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결국 김연경은 흥국생명에 잔류하면서 현대건설은 김연경도 얻지 못하고, 황민경만 잃었다.

세계일보

황민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계약 조건은 2년 9억원. 1년으로 보면 4억5000만원으로 보장금액이 3억2000만원, 옵션이 1억3000만원이다. 어느덧 16년차에 접어든 베테랑인데다 174cm의 단신,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전성기에 비해 떨어진 점프력으로 공격력이 떨어진 선수에게 너무 큰 돈을 안겨준 게 아니냐는 평가가 잇따랐다.

IBK기업은행이 황민경을 영입한 이유는 확실하다. 2021~2022시즌 중반 라셈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왔다가 2022~2023시즌까지 뛴 달리 산타나(미국)는 주공격수 타입의 선수가 아니었다. 리시브와 수비에도 공헌을 해줄 수 있는 좋은 선수이긴 하지만, 이단 연결 상황이나 확실한 한 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IBK기업은행은 전형적인 거포 유형의 외국인 선수를 뽑고 싶었고, 그렇게 되면 비게 되는 수비력의 공백을 황민경으로 채우고 싶었기에 다소 높은 금액을 지르면서 영입을 한 것이다.

세계일보

황민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IBK기업은행의 통 큰 투자는 통하는 모양새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1순위로 뽑은 아베크롬비는 11경기에서 288점(3위)을 뽑아냈다. 성공률도 42.74%로 5위다. 성공률이 다소 아쉽지만, 팀 공격의 39.1%를 책임지면서 나쁘지 않은 효율과 큰 볼륨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황민경이 수비에서 버텨주고 있기 때문이다. 황민경의 리시브 효율은 40.57%로 전체 7위다. 리베로 선수들을 빼면 57.96%로 전체 1위에 올라있는 문정원(사실 말이 안되는 효율이다)과 김연경(45.52%, 4위), 박혜민(42.14%, 6위)에 이어 4위다. 디그도 세트당 3.833개를 걷어올리며 황민경은 수비 10위(세트당 5.524)에 올라있다. 수비 부문 1~7위까지 리베로 포지션 선수들이 점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비리베로 중엔 3위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4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의 2라운드 맞대결에서도 황민경의 진가가 드러난 경기였다. 이날 황민경은 20번의 디그를 시도해 19개를 성공시켰고, 15번의 리시브 중 6개를 세터 머리 위로 정확히 전달했다.

수비에서만 빛난 게 아니었다. 공격에서도 제 몫을 다 했다. 팀 공격의 12.1%를 책임지면서도 50%의 높은 성공률을 보여주며 서브득점 1개, 블로킬 1개를 포함해 12점을 기록했다. 아베크롬비(35점)에 이은 팀 내 두 번째 다득점자였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황민경이었지만, 이날은 각이 큰 크로스 공격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몸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왔음을 알렸다.

경기 뒤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황민경은 “비시즌 동안 부상으로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훈련을 시작한지 2주만에 V리그가 시작됐다. 평소 훈련을 많이 해야 하는 타입이다. 훈련을 넉넉하게 해서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 되어야 자신감이 생기는데, 이번 시즌엔 그러지 못해 시즌 초반엔 자신감이 많이 딸어졌다. 몸은 안 되는데, 잘하고는 싶고 그래서 1라운드에는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경기는 최근 경기 중 가장 만족스럽다. 처음엔 잘 안됐는데, 점프도 좀 됐다. 이제는 올라올 때다”라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황민경, 최정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황민경은 20번의 서브를 시도해 단 한 차례의 범실도 없었다. 연타성 서브를 툭툭 때리다가도 강한 서브로 에이스 1개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마치 야구에서 변화구를 연달아 던지다 직구를 던지면 더 빨라보이는 효과를 본 셈이다. 황민경은 “제가 종종 그렇게 서브에 변화를 준다. 목적타로 맞춰 넣다가도 한 번씩 강하게 넣으면 효과가 좋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인터뷰실에 함께 들어온 4년 미들 블로커 최정민이 최근 코트에서 눈물을 자주 흘리는 모습에 대해 황민경은 대견하다는 마음도 드러냈다. 그는 “(최)정민이가 눈물 흐르는 게 남들보다는 좀 빠른 것 같다”라고 농담을 던진 뒤 “그래도 선수들은 그런 마음이 있어야 성장하는 거니까, 저도 그 마음이 무엇인지 잘 안다. 그래도 저는 코트에서는 울지 않고 숙소에서 많이 울었다”라고 말했다.

황민경도 자신을 향한 FA 계약이 오버페이라는 시선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황민경은 쿨했다. 그는 “그렇게 준다는 데 제가 안 받을 수는 없죠. 저는 선수로서 제 본분에 충실하고 열심히 하면 되는거니까요”라고 답했다.

IBK기업은행은 2020~2021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흥국생명에게 패한 이후 지난 2년 간 봄배구를 하지 못했다.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 것은 2017~2018시즌(준우승)이 마지막이다. 팀 내 최고연봉자인 황민경이 전매특허인 수비력과 특유의 파이팅으로 IBK기업은행을 봄배구로 이끌 수 있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그를 향한 오버페이 논란은 수그러들 것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