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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국의 소신발언 "한국 MMORPG를 폄하하지 마라"…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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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마켓]
국내 주요 게임사 성장시킨 K-MMORPG 배경엔 유저들의 자발적 선택 있어
탈 MMORPG 강조되는 추세 속에 '역편향' 경고
치우침 없는 다양한 게임 포트폴리오 개발의 중요성 강조

[편집자주] 남녀노소 즐기는 게임, 이를 지탱하는 국내외 시장환경과 뒷이야기들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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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18일 부산에서 열린 게임축제 지스타2023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탈 모바일'과 '탈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였다.

모바일 위주로 재편된 국내 게임 시장 속에서 글로벌 유저들을 보다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선 콘솔과 PC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또 천편일률적인 MMORPG 위주의 라인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는 콘솔과 PC를 기반으로 3인칭 액션RPG를 지향하는 'P의 거짓'이 6관왕을 차지하며 최고의 게임으로 등극했다.

자연스레 콘솔용, 비 MMORPG가 주목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스타 메인스폰서를 맡은 위메이드의 장현국 대표는 "K-MMORPG를 폄하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표가 이러한 목소리를 낸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장현국 "자동사냥 없어져야한다는 주장, 동의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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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지난 16일 부산 벡스코 프레스룸에서 열린 지스타2023 미디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위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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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이랬다. 한 취재진이 위메이드의 출시 예정작 '레전드 오브 이미르'를 테스트해본 뒤 "자동사냥에 최적화된 모습이던데 게이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겠느냐"고 질문했다. 올해 지스타의 '탈 MMORPG' 분위기를 담은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장 대표의 반론은 다음과 같았다.

"시장에는 다양한 게임이 있어야 다양한 유저들이 자기 취향에 맞는 게임을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다. 그게 산업 전체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문제가 있는데, 이쪽(MMORPG)으로 치우치면 문제고, 저쪽(비 MMORPG)으로 치우치면 문제가 아닌 것은 아니다. 한국식, K-MMORPG의 문법이 있지 않은가. 그게 부끄러워할 일인가. 타파해야 할 대상인가. 혁신의 대상이며 버려야 할 대상인가. 그렇게 게임 만들면 안되는 건가."

"우리나라 게임산업을 지금까지 일궈온 업적, 게이머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즐기는 게임을 왜 우리는 폄하하는가. 레전드 오브 이미르의 방식은 그대로 가고, 이를 통해 취향을 공략하지 못하는 유저들을 위해서는 다른 게임을 만드는 식으로 접근하겠다. 다만 천편일률적으로 '이제는 자동사냥 없어져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한국 게임산업 키워온 MMOR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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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토리2. /사진=넥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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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시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리니지를 필두로 한 MMORPG의 강세가 이어졌다. 이는 게임 플랫폼의 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옮겨온 2010년대, 2020년대에도 이어지는 추세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data.ai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모바일 게임의 소비자 지출 순위는 전 세계적으로는 배틀전략, MMORPG, 팀배틀RPG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 시장에서는 MMORPG, 팈배틀RPG, 배틀전략 순으로 지출이 많았다. 글로벌 트렌드에 비해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MMORPG에 돈을 쓰는 유저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유독 MMORPG 인기가 높았던 한국 시장에선 기라성 같은 IP(지식재산권)들이 탄생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를 비롯해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위메이드의 미르, 웹젠의 뮤,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등은 각 게임사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근본 먹거리'가 됐다.


한국형 MMORPG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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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W /사진=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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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MMORPG 위주의 한국 시장 재편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다른 장르에 비해 다양한 BM(비즈니스모델)을 도입하기가 용이하다. 패키지게임의 경우 초기 판매 대금을 제외하면 추가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DLC(다운로드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으나, 한국식 패키지게임에서는 성공한 전례가 거의 없다.

리니지가 선도적으로 보여준 BM은 삽시간에 다른 MMORPG들로 퍼져나갔고, 한국식 MMORPG는 이른바 '리니지라이크'로 불리게 됐다. 문제는 끊임 없이 캐릭터를 '유료로' 강화하는 BM이 자연스레 P2W(Pay to Win) 시스템을 만들고, 신규 유저들에 대한 진입 장벽을 끝없이 쌓아올렸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식 MMORPG의 장점도 존재한다. 외국 게임보다 조작법이 단순한 편이다. 하지만 이에 더해 지나치게 '필드 사냥'에 집착하는 콘텐츠를 만들면서 상대적으로 게임 전체의 스토리라인 개발 등에 취약점을 보였다. 신작 MMORPG가 나와도 죄다 한 번쯤은 들러봤을 만한 스토리를 들고나오면서, 점점 유저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다.


'데이브 더 다이버'와 'P의 거짓'이 날린 견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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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P의 거짓’ 네오위즈 ROUND8 스튜디오 최지원 총괄디렉터에게 대상을 시상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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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에서 넥슨 민트로켓과 네오위즈가 내놓은 '데이브 더 다이버', 'P의 거짓'과 같은 게임들은 한국 게임 시장에 잔잔한 충격을 줬다. 한국 게임사가 콘솔/PC용 패키지게임을 만들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올해 대한민국게임대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 중 상업적 성공을 가장 크게 거둔 작품은 위메이드의 나이트크로우였다. 하지만 심사위원회는 'P의 거짓'이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에 보다 높은 점수를 주며 대상을 포함해 6개 부문의 상을 시상했다.

이미 지스타 전부터 MMORPG '명가'로 불리는 게임사들은 이 같은 트렌드를 감지하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리니지를 만들어 한국 MMORPG의 교본을 제시한 엔씨소프트 조차 7년 만에 참여한 이번 지스타에서는 비 MMORPG 위주의 라인업을 들고나왔다. 수집형 RPG를 들고나온 게임사도 여럿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MMORPG 쏠림 현상이 심하던 한국 게임산업의 체질을 균형감 있게 바꿔놓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위 대작이라고 불리는 'AAA'급 게임을 만들 때는 무조건 MMORPG로 간다는 게 기존의 상식이었다"며 "앞으로 MMO가 아닌 대작 게임 제작이 시작될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고 바라봤다.


지금 한국 게임사에 필요한 건 '양손잡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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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국내 게이머들의 다수는 한국식 MMORPG의 문법에 익숙해져 있다. 여전히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장르는 MMORPG이고, 이미 형성된 팬덤을 포기할 수도 없다. 하지만 기울어가는 트렌드 속에서 게임사들이 어떻게 하면, 장현국 대표가 말했던 '편향'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혁신할 수 있을까.

로버트 던컨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가 1976년 제시한 '양손잡이 전략'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양손잡이 전략은 기존 사업에 대한 극대화된 '활용'과 신사업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2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양손잡이' 전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진 경영환경의 대안적 경영전략이다.

이를 게임업계에 대입해본다면 기존 한국식 MMORPG 팬덤이 만들어가는 생태계는 꾸준히 유지 보수하면서, 새로운 장르와 플랫폼 시장에 대한 탐색을 지속해나가는 전략이 가능하다. 그 어느 쪽이든 한 장르 또는 개별 시장에 치우쳐 '몰빵'하는 전략으로는 더 이상 다양해지는 유저들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신사업에 대한 CEO의 '판단'이 아닌, '탐색'이다. 경영진이 신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섣불리 타진해보지 말고, 끊임없이 게이머들과 소통하며 시장을 탐색해나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게임 제작의 실마리를 찾아야 MMORPG 편식을 벗어나 균형잡힌, 건강한 게임사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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