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1심 판결 뒤집고 위안부 피해자 측 승소 판결
1인당 위자료 2억원씩 인정
2심 “국가면제 부정되는 경우 해당”
법원 관계자 “국제 관습법 동향 분석해 국가면제 인정 여부 판단”
23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유족의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선고 직후 이용수 할머니가 기뻐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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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주문.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 금액을 전부 인용한다.”
23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308호 법정. 재퍈장이 주문을 낭독하자 방청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앞서 1심은 각하 판결 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서울고법 민사33부(부장 구회근 황성미 허익수)는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2심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2심은 피해자들이 청구한 위자료 1인당 2억원씩을 모두 인정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일본 정부에 대해 ‘국가면제’를 인정할 수 있느냐 여부였다. 국가면제란 한 국가를 다른 나라 법정에 세울 수 없다는 국제법 규칙이다. 앞서 1심은 2021년 4월, 이를 인정해 각하 판결했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내용 판단 없이 소송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1심은 “국가면제의 예외를 어디까지 확대할지는 국익에 잠재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법원이 추상적인 기준을 제시해 예외를 창설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일본 정부)의 국가면제를 인정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 볼 수 없다”며 “국제관습법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이날 2심은 “국가면제의 법리는 외국의 행위에 대해 법원이 재판권을 일절 행사할 수 없다는 절대적 면제에서 제한적 면제의 법리로 점차 변경·발전했다”며 “UN 국가면제협약, 유럽 국가면제협약 등 다수 국가의 국내법 입법 내용 등에 대해 국가의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이 다수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국제 관습법에 따르면 피고(일본 정부)의 행위는 피해자들에 대해 자행한 불법행위이므로 국가면제가 부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아울러 2심은 “일본 정부는 전쟁 중 10,20대에 불과했던 피해자들을 기망·유인하거나 납치해 위안부로 동원했다”며 “피해자들은 최소한의 자유조차 억압당한 채 원하지 않는 성행위를 강요당했다”고 지적했다.
선고 직후 이용수 할머니는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취재진 앞에서 “감사합니다”라고 4번 이상 반복해서 말했다. 두 팔을 벌려 만세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앞서 지난 2021년 고 배춘희 할머니 등 다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도 1심은 “일본이 각각 1억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후 일본 정부가 판결에 대해 항소하는 등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이번 판결의 의의에 대해 서울고법 관계자는 “국제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파악해 국가면제 인정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혔다”고 설명했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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