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프로배구 V리그

배구·농구·핸드볼… 올림픽 줄줄이 좌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쟁력 추락한 단체 구기 종목

내년 파리 올림픽에선 우리 단체 구기 종목을 볼 기회가 대폭 줄어든다. 그렇잖아도 점점 대표팀 기량이 하락하는 바람에 메달 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인데, 아예 출전권조차 못 딴 종목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지난달 27일 올림픽 아시아 예선 준결승에서 일본에 져 탈락한 한국 남자 핸드볼 대표. /대한핸드볼협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남녀 농구는 일찌감치 탈락했고, 남자 핸드볼과 여자 축구가 최근 파리행 티켓을 놓쳤다. 남녀 배구도 사실상 출전이 어려운 처지고, 확정된 건 여자 핸드볼 1종목뿐. 야구는 아예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빠졌고, 남자 축구가 내년 4월 최종 예선을 앞두고 있다. 9개 주요 구기 종목 중 잘해야 2개만 올림픽 무대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항상 비교 대상이 되는 일본은 남자 핸드볼에서 한국을 제치고 올림픽 본선 티켓을 챙겼고, 이 외에도 남자 농구·배구가 본선행을 확정했다. 여자 축구·농구·핸드볼은 예선이나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는데 역시 전망이 밝다. 여자 배구도 세계 9위로 출전이 유력하다. 9개 중 7~8종목에서 올림픽 출전을 기대하고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현국


◇“엘리트 스포츠 침체 장기화”

콜린 벨(62·영국)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 대표팀은 이달 초 중국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2차 예선 조별 리그 B조 최종전에서 홈팀 중국에 후반 막판 동점 골을 내주며 1대1로 비겼다. 조 2위(1승 2무)를 기록한 한국은 파리행 티켓이 걸린 아시아 최종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그동안 월드컵(32팀)에 4차례 올랐던 여자 축구는 한 번도 올림픽(12팀) 무대를 밟은 적이 없다.

농구는 더 심각하다. 여자 농구는 지난 6월 아시아컵에서 4강에도 들지 못했다. 4강에 오른 나라에 주는 올림픽 최종 예선 진출 티켓도 놓쳤다. 한국이 이 대회 4강에 들지 못한 건 1965년 대회 창설 이후 처음이었다. 남자 농구는 지난 8월 올림픽 사전 예선 대회가 진행된 시리아가 여행 금지 국가라는 이유로 출전을 포기했다. 1996 애틀랜타 대회 이후 20년 넘게 올림픽 구경도 못 하고 있다.

조선일보

지난달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8강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70대84로 패배해 4강 진출에 실패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도쿄 올림픽 4강 신화를 이룬 여자 배구 역시 세대교체 실패 후유증으로 예선에서 7전 전패 수모를 겪었다. 앞으로 세계 랭킹 상위권 국가 중 예선에서 출전권을 못 딴 나라에 올림픽 출전 기회를 주는데 한국은 40위라 사실상 불가능하다. 2008 베이징 대회 이후 16년 만에 다시 구경꾼 신세로 전락하기 일보 직전이다.

남자 배구는 2000 시드니 대회 이후 올림픽 출전 실패가 계속되고 있다. 문용관(62) 전 남자 배구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 국제 대회 경쟁력이 아시아에서도 지금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주소”라며 “우리 국민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는 국제 경쟁력과 비례하는데, 현재 엘리트 스포츠는 전체적으로 침체돼 있다”고 지적했다.

남자 핸드볼도 지난달 아시아 예선 준결승에서 일본에 충격패를 당하며 분루를 삼켰다. 2016 리우, 2020 도쿄에 이은 3연속 올림픽 본선 좌절이다. 일본과 역대 전적 23승 2무 3패, 최근 3승 1무라는 전적이 무색했다.

야구는 2008 베이징과 2020 도쿄 대회에선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내년 파리 올림픽에선 다시 제외됐다. 대신 2028 LA 올림픽에서 부활한다.

◇남은 건 여자 핸드볼과 남자 축구

이런 구기 종목 ‘추풍낙엽’ 속에서 그나마 남자 축구와 여자 핸드볼이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적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어 고민은 깊어진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내년 4월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을 겸해 치러지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아시안컵을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에 배정된 본선행 티켓은 3+1장으로 이 대회 3위 안에 들어 본선 진출권을 따내는 게 1차 목표. 황선홍(55) 감독은 최근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은 큰일”이라며 “선수들과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남자 축구는 1988 서울 대회 이후 올림픽 연속 출전을 이어오고 있다.

조선일보

지난달 3일 중국 항저우 저장 궁상대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준결승 중국과의 경기. 30대23으로 이긴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림픽 효자 종목 노릇을 했던 핸드볼에선 여자부가 지난 8월 아시아 예선을 4전 전승으로 통과해 파리행을 달성했다. 하지만 핸드볼계 관계자는 “아시아에선 여자 핸드볼 위상이 살아 있지만, 국제 경쟁력은 지난 도쿄 올림픽부터 떨어져 온 게 사실”이라며 “어깨가 무겁지만,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여자 핸드볼은 1984 LA 대회(은메달)를 시작으로 올림픽 본선 무대에 개근했다. 다만 메달을 딴 건 15년 전 2008 베이징 대회(동메달)가 마지막이다.

[박강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