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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지난달부터 빈대 목격담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궜다. 찜질방부터 지하철, 일반 가정집까지 곳곳에서 빈대를 발견하거나 물렸고, 퇴치도 쉽지 않더라는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빈대 포비아'에 불을 당겼다.
특히 빈대를 없애려면 160도가 넘는 고온 스팀을 침대 시트, 옷장 등 집안 구석구석에 일일이 살포하는 물리적 방역만이 효과적이고, 이마저도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빈대는 위해 해충으로 분류돼 있지만 감염병을 퍼뜨리지는 않아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나서는 것 외에는 민간 차원의 방역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손 쓸 도리가 없는 상황 속에 시민들의 공포심은 커져만 갔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직물 시트 자리에는 앉지 못하겠다는 이들부터 다른 벌레를 빈대로 오인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살충제·침구청소기 등 빈대 퇴치와 관련된 상품의 매출이 급증했고, 빈대 출몰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도인 '빈대 현황판'도 등장했다.
빈대 포비아의 근원은 개인의 힘으로 감히 대응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나 한 사람이 아무리 개인위생과 방역에 집중해도 일상의 공간인 대중교통, 숙박업소 혹은 거리를 걷다가 어깨를 부딪치는 행인에게서 빈대가 옮아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얼마 전 우리가 겪은 '흉기 난동' 공포와도 맥이 닿아있다.
신림역 흉기 난동과 서현역 칼부림 사건 등 지난 7월과 8월 연달아 발생한 흉악 사건은 시민들의 외출 자제와 호신용품 구매 등으로 이어졌다. 지하철 역사 안에서 누군가 밀치고 지나가거나 갑자기 고함을 지른 일을 흉기 난동으로 오인한 나머지 주변승객들이 대피하다 다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길을 걷다가 '묻지마(이상동기) 범죄'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는 공포 속에 시민 개개인은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자연히 사회 전체가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공포의 근원이 비슷하다면 해법도 비슷하기 마련이다. 흉기 난동 공포 당시 경찰은 전국 다중밀집 지역 총 247곳에 경력 1만2000여명을 배치하거나, 완전무장한 경찰특공대 전술요원(SWAT) 부대도 주요 거점에 배치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범죄에 대한 불안을 가라앉히려는 위력 시위인 셈이다.
빈대 문제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대응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일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지자체 등 10개 정부부처를 모은 빈대 합동대책본부를 꾸렸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빈대를 '재난'으로 규정하면서 "국민들이 너무 불안해하는 것 같아서 정부가 일단 개입해서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서울시 등 전국 지자체에서는 쪽방촌과 지하철, 숙박시설 등에 대한 선제 방역을 실시하고 위생 취약 시설에 대한 방제 예산을 투입한 상태다.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불안함은 커진다. 이 때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그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믿음을 주면 불안은 사라지고 사회는 안정된다. 이 믿음이 사회 전체에 자리잡을 때 빈대 포비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공포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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