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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쇼크웨이브](39)엔비디아, 이러려고 ARM 사려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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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ARM 기반 CPU 설계 시작 설 확산

생성형 AI로 뜬 GPU와 CPU 결합시 시너지 효과

ARM 기반 애플 컴퓨터 부상 차단할 카드

3Q 실적 호조시 애플과 시총 격차 축소 기대

편집자주[애플 쇼크웨이브]는 애플이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며 벌어진 격변의 현장을 살펴보는 콘텐츠입니다. 애플이 웬 반도체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제 단순히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고 스티브 잡스 창업자에서부터 시작된 오랜 노력 끝에 애플은 모바일 기기에 사용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설계해 냈습니다. PC 시대에 인텔이 있었다면, 애플은 모바일 시대 반도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가 됐습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위기와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 설비 투자가 이뤄지는 지금, 애플 실리콘이 불러온 반도체 시장의 격변과 전망을 꼼꼼히 살펴 독자 여러분의 혜안을 넓혀 드리겠습니다. 애플 쇼크웨이브는 매 주말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40회 이상 연재 후에는 책으로 출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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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용 반도체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엔비디아가 숨겨왔던 '손톱'을 드러냈다. 사실상 포기한 줄 알았던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에 대한 본격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인텔의 x86이 아닌 ARM 설계에 기반한 PC CPU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것은 심상치 않은 소식이다. 과거 CPU 시장을 장악했던 인텔이 자사의 그래픽칩(GPU)을 끼워팔던 것과 같은 현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애플도 엔비디아의 사정권이다. 인공지능(AI) 진영인 엔비디아를 뜻하는 '그린팀'과 애플의 한판 대결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엔비디아의 행보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단말기를 중심으로 한 '온디바이스(on device)' AI를 위해 AI 반도체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맞불을 놓는 형국이다. 애플이 최근 생성형 AI도 준비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온디바이스 AI다. 애플은 아이폰15프로의 칩인 A17프로의 AI 연산을 담당하는 신경망 처리장치(NP)는 A16에 비해 성능이 두배가량 향상됐다. 윈도 진영의 인텔 역시 최신형 메테오 레이크 CPU에 NPU를 탑재하며 온디바이스 AI 진영에 동참했다. CPU보다는 GPU나 NPU의 성능을 끌어올려야 AI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온디바이스 AI는 사용자의 기기에서 직접 AI 연산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생성형 AI가 엔비디아 칩을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서비스의 개념이라는 점에서 온디바이스 AI와 대조된다.

오픈AI가 주도한 생성형 AI가 급격히 부상했지만, 사용자들이 직접적으로 AI 기능을 활용하기에는 온디바이스 AI가 유리한 상황이다. 온디바이스 AI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스마트폰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애플 외에도 퀄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도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하고 생성형 AI와의 경쟁을 위해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상황이다.

AP 진영의 공세에 맞서 AI 주도권 수성에 나서는 엔비디아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적군의 주력인 CPU에 대한 역공이다. 이는 발전이 둔화한 CPU 진영의 약점을 노린 선택으로 보인다. 애플 A17프로가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을 도입하고도 성능향상이 두드러지지 않을 만큼 CPU 부분의 발전 속도는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추격에 나설 여지가 충분해진 것이다.

CPU는 엔비디아에는 아픈 손가락이다. 엔비디아는 애플이 MP3플레이어 아이팟에 처음 사용했던 핵심 칩 설계업체인 '포탈플레이어'를 인수 후 테그라(Tegra) 칩을 선보였다. 애플 쇼크웨이브는 3편에서 포탈플레이어, 애플, 삼성, 엔비디아로 이어지는 '사각 관계'를 언급한 바 있다. 그래픽 처리에 강점이 있는 엔비디아는 이를 통해 AP 시장을 노렸기만 기대는 기대일 뿐이었다. 테그라는 테슬라의 모델S 전기차, 닌텐도 스위치 게임기 등에 사용됐지만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이 미미했다. 비트코인 채굴, 생성형 AI로 엔비디아의 GPU 분야가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에 비하면 테그라의 위상은 더욱 초라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CPU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최근 재확인됐다. 일부 해외 언론들은 엔비디아가 ARM 기반의 윈도 PC용 CPU 설계에 나섰다고 전했다. 모바일이 아니라 PC라는 점을 주목해 볼 만하다.

최근의 PC 시장, 특히 노트북PC 시장은 애플 실리콘에 기반한 맥 컴퓨터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애플 실리콘과 맥의 결합은 코로나19 상황 이후 급격히 불어난 PC 교체 수요와 맞물려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인텔 칩과 비교해 배터리로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성능도 우수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애플 컴퓨터에 몰렸다. 이는 ARM 기반 PC가 사실상 부재했던 윈도 OS 제작사 마이크로소프트(MS)에는 위협적인 요인이었다. 애플2로 개인용 PC 시대를 열었던 애플을 도산 위기까지 몰아냈던 MS로서는 달갑지 않은 변화다.

MS가 ARM 기반 PC를 지원하려면 칩이 있어야 한다. 퀄컴이 최근 공개한 '스냅드래곤 X 엘리트'가 있지만 이만으로 애플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엔비디아가 ARM 기반 윈도 지원 CPU를 선보이는 것도 ARM 윈도 PC 보급을 확대하려는 MS의 방향과 맞물린다. 엔비디아 CPU는 2024년 하반기나 2025년 중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이미 그레이스라는 서버용 고성능 ARM 기반 CPU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엔비디아나 MS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x86 진영의 AMD도 ARM 기반 CPU 설계에 나섰다는 소식까지 전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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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그레이스 CP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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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ARM을 품으려 했던 점도 ARM CPU 개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인수합병을 시도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2020년 일본 소프트뱅크가 매물로 내놓았던 ARM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며 반도체 업계를 발칵 뒤집었다. 인수 규모만 약 400억달러로 당시까지 있었던 모든 반도체 분야 인수합병 중 가장 큰 초대형 빅딜이었다. 성공만 했다면 세기의 빅딜이 됐을 것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엔비디아가 ARM 인수 불발 후 생성형 AI 시장의 급부상으로 시가총액 1조달러 돌파에 성공한 만큼 CPU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있었다면 기업가치도 더욱 치솟을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기업가치는 인텔, AMD, TSMC 등을 뛰어넘는 반도체 분야 독보적 1위다. 지난 2분기에도 시장의 기대를 초과한 성과로 주가가 급등했지만, 이번에도 투자 은행들은 또 다른 '어닝 서프라이즈'를 점치고 있다. BOA메릴린치는 엔비디아의 주당 순이익이 전년 대비 475% 증가한 3.34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매수 의견과 함께 목표가 650달러를 제시했다. 11월 들어 엔비디아 주가가 22%나 치솟은 것도 실적 확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은 11월21일 발표된다. 이번 실적 발표를 계기로 애플과 엔비디아의 기업가치 격차가 얼마나 줄어들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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